'예산 낭비·친일 논란' 이인성 아르스 공간…재차 사업 지연 위기

입력 2024-12-18 18:12:47 수정 2024-12-18 19:25:13

중구의회, 구청이 올린 민간위탁 예산안 표결 전원 '기권'
중구청 "준공 후 내년도 의회 회기에 위탁안 다시 올릴 것"

'친일 논란'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 중구청 '이인성 아르스 공간'이 조성될 에코한방웰빙체험관 모습. 김지효 기자

사업 추진 초기부터 친일 논란과 예산 낭비 지적이 나왔던 대구 중구청의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과 운영이 의회 반대에 부딪혀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대구 중구의회는 중구청의 이인성 아르스 공간 운영과 민간위탁안이 지난 27일 정례회 재적 의원 5명 전원 표결 기권을 선언하며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권한 의원들은 연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성 아르스 공간은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의 핵심공약사업으로, 지난 2022년 이인성 화백 유족들과 MOU를 맺어 콘텐츠 없이 방치되던 구 에코한방웰빙체험관 건물을 활용해 내년 1월 개관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었다.

해당 사업은 중구의회가 처음 사업이 논의된 2022년 12월 중구청이 제출한 공간 조성 예산 35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역 미술계는 조선총독부가 창설한 전람회를 배경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이인성 작가의 친일 논란을 제기했고, 구의회는 수십억원의 공간 조성 예산에 비해 실물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들어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왔다.

사업은 지난해 6월 중구청이 대구시 특별교부금 15억원을 확보하면서 구비 12억을 더한 27억원의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끝에야 본격 추진됐다. 하지만 중구의회가 민간위탁이라는 운영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결국 운영 개시 시점은 미지수가 됐다.

김효린 중구의회 부의장은 "콘텐츠가 고정적이고 대관이나 기획전을 하는 미술관이 아니므로 굳이 기획자 등 전문인력 활용을 위해 민간위탁을 할 필요가 없다"며 "중구청이 아르스 공간에 필요한 인력이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는지 파악하고 공공위탁이 불가능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우선 공간 조성을 마친 뒤 내년 중 재차 의회와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빨라도 개관 시점은 내년 4월 이후로 늦춰지지만 이마저도 의회 동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2월 준공을 목표로 아르스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준공 후 내년도 의회 회기에서 다시 위탁안을 올릴 것"이라며 "의회 동의를 받으면 4월 쯤 추경절차를 밟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