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담화를 '내란 자백'으로 단정한 집권 여당 대표

입력 2024-12-13 05:00:00

'12·3 계엄 선포'의 배경과 이유를 설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내란 자백"이라고 단정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더 이상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당에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한 대표의 '내란 자백' 단정은 대단히 섣부른 판단이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지적대로 비상계엄이 일부 실정법을 저촉한 부분이 보이지만,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재판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너무 나갔다. 그것도 여당 대표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 계엄 선포가 내란인지 아니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며 사법적 판단에서 제외되는 통치 행위인지는 법원, 즉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몫이다. 그런 점에서 '내란 자백' 단정은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라는 더불어민주당 주장과 마찬가지로 편향된 정치적 주장이거나 선동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질서 있는 퇴진' 대신 국회 탄핵소추 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위반 여부를 다퉈 보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 담화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행간을 보면 그런 결심이 읽힌다. 이게 어떻게 '내란 자백'인지 모르겠다.

한 대표가 집권당 대표로서 이런 말을 할 '정치적'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무한(無限) 폭주에 한 대표가 제대로 대응했다고 할 수는 없다. 거대 야당의 폭주에 맞서는 데는 몸을 사리면서 사사건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당내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며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았나?

한 대표는 지금 '내란 자백'이니 '탄핵'이니 '대통령 출당·제명'이니 성급한 말들을 쏟아낼 때가 아니다. 당 대표로서 현 사태를 슬기롭게 매듭지을 수 있도록 국정 안정화 로드맵을 신속히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대표가 지금 쏟아내는 말들은 여당 대표직에 있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라 사적 감정을 분출(噴出)하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