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AI(인공지능) 파괴력

입력 2025-04-24 20:23:22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2021년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하면서 세계 시장 1위를 장악해 온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위기를 맞고 있다. 후발 주자인 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포클리프론'이 3상 임상시험(臨牀試驗)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탓이다. 발표 직후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7% 빠졌고, 일라이 릴리는 14% 폭등했다.

빠르고 정확한 임상 결과 비결은 '개방적인 AI 전략'이었다. 일라이 릴리는 2~3년 사이 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프로젝트 100여 개를 동시에 진행했고, 이를 위해 오픈AI·크리스탈 파이·아톱와이즈 같은 외부 AI 기업들과 제휴(提携)를 체결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내부 AI 플랫폼 구축에 집중해 왔다는 분석이다. 신약 개발조차 AI 경쟁으로 바뀐 셈이다.

경북 구미에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를 생산하는 LG이노텍의 '드림 팩토리'가 있다. 축구장 3배 면적의 대규모 공장임에도 10여 단계 공정 모두 로봇 등을 이용해 무인화했다. 사람·불량·고장·안전사고 없는 4무(無) 공장이라는 설명이다. 모두가 AI 덕분이다.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AI가 접목되어 있다. 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대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쇼핑 플랫폼 아마존은 차세대 쇼핑 AI 에이전트(비서) '바이 포 미'를 베타(시험) 버전으로 최근 공개했다. 아마존 앱에 있는 상품만을 탐색(探索)해 이용자들에게 알려 주던 기존의 '루퍼스'와 달리 '바이 포 미'는 아마존에 없는 상품까지 외부 사이트에서 찾아 주고 추천하며 구매를 도와 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마존 같은 커머스 플랫폼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AI에게 정밀하게 학습시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에 주력한다는 사실이다.

'AI가 나보다 나의 속내를 더 잘 알고 있는 세상'이 조만간 도래(到來)할 전망이다. 이젠 오히려 AI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중심이 되어 AI를 나의 삶과 인간 세상에 유용하도록 잘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AI에게 나의 모든 일상(日常)을 조정당할 것이냐의 선택(選擇)만이 남은 것 같다. 인간다운 삶의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