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회생법원 설치법·딥페이크 방지법 등 여야 합의 처리
초과 생산 쌀 의무매입 양곡법 등 '농업 4법'은 野 단독 처리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상설특검 후보 추천 여당 배제안도 통과
뇌물 수수 혐의 신영대 민주당 의원 국회 체포동의안은 부결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가 모처럼 민생 법안 처리에 나서면서 대구회생법원 설치법 처리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다만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여당 추천권 배제 상설특검법,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대구 회생법원 설치법 국회 통과…2026년 3월 1일 시행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회생법원 설치 근거를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향후 대구 회생법원이 개원하면 대구경북 지역의 법인 회생·일반회생·법인파산·개인파산·면책·개인회생 등을 전담하게 된다.
대구는 많은 도산 사건 접수 건수에도 불구하고 회생법원이 없어 개인파산 신청 시점부터 파산 선고 결정일까지 소요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법원별 도산 사건 접수 건수를 살펴보면 대구지방법원은 2만196건으로, 서울회생법원(4만3천470건)과 수원회생법원(3만592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현재 국내 회생법원은 서울회생법원이 2017년 3월 개원했으며 수원과 부산에는 지난해 3월 설치됐다. 이들 지역 외에서는 각 지역 지방법원이 도산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법원 행정처에 따르면 앞서 수원과 부산에 회생법원이 설치된 이후 도산 사건 처리 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수원회생법원 개원 전 118.2일→개원 후 67.2일 ▷부산회생법원 73일→37.2일로 실제 단축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구갑)은 "개인회생제도의 핵심 취지는 '적시에 구제한다'는 것인데 대구경북 지역은 접수 건수가 많아 이런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법 서비스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野,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등 단독 처리…예산안 자동부의 폐지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을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양곡법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한 규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 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막대한 재정 부담'등을 이유로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4법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 장관은 이날 농업4법 통과 직후 "4개 법률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대통령에게)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개정안은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 부수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했다.
야당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 강화를 내세웠지만 정부·여당은 이 개정안이 국회 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반대해 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산안·부수 법안 자동부의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자 즉각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야당은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결정됐을 때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 과정에 여당이 추천할 수 없도록 한 규칙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딥페이크 방지법 등 민생 법안 통과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범죄 수익몰수법 등 국민적 관심을 받아온 민생 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디지털 성 착취물·딥페이크 영상물을 이용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의무화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현행법 체계가 디지털 성범죄 범죄수익에 대해 '임의적 몰수' 원칙을 적용해 몰수·추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고려해 해당 범죄에 '필요적 몰수' 원칙을 적용해 의무적으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불법 영상물의 삭제·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서 피해자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불법 영상물을 삭제·차단할 수 있게 했다.
이어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 살인죄의 미수범이 아닌 아동학대살해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기본적으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지만 종전에는 보호자가 아동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경우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살인죄의 미수범 규정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뇌물 수수 혐의와 총선 경선 여론조작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영대 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신 의원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93명, 반대 197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은 재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22대 국회 들어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조국혁신당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 투표에 맡겼다.
앞서 신 의원은 태양광 사업 민원 해결을 위해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 서모 씨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지난 총선 당시 지역구 경선 과정에서 다수의 휴대전화를 동원해 여론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신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가 없으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에 따라 신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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