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13개월만에…양측 병력 철수하고 레바논군 투입
네타냐후 "레바논서 행동의 자유 유지…합의 깨지면 공격" 강조
휴전 배경?…네타냐후엔 美압박, 헤즈볼라는 지도부 궤멸 분석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일시 휴전안이 26일(현지시간) 전격 타결됐다. 작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이다. 휴전안은 27일 오전 4시부터 발효돼 60일간 양측의 공습과 교전이 중단됐다.
◆교전 13개월 만에 60일간 일시 휴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저녁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는 60일간 일시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나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레바논 '블루라인'(유엔이 설정한 양측 경계선) 국경 지대에는 레바논군 수천 명을 추가로 투입,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과 함께 무력충돌을 막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휴전안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 중단의 선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가자지구 휴전'은 완전히 빠진 반면 이스라엘이 줄기차게 요구한 유사시 레바논 내 군사 작전의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은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승인 후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휴전 방침을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합의를 깬다면 우리는 이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국경 부근 테러 시설을 재건하거나, 로켓을 쏘거나, 땅굴을 파거나,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몰고 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 이후에도) 우리는 미국의 완전한 이해 속에 레바논에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합의를 받아들였다"며 "현지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에 휴전이 발효된다. 향후 60일간 레바논군이 자국 영토를 다시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레바논 휴전은 "역사적 실수"라면서 이스라엘군이 결국 다시 레바논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엔 美압박, 헤즈볼라 지도부 궤멸 영향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는 양측의 내부적 요인과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자 크게 위축됐다.
특히 이스라엘이 9월 17, 18일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공격을 단행한 데 이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근거지들을 공격하자 헤즈볼라 내부는 크게 흔들렸다.
나아가 같은 달 말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살해되면서 지도 체제가 사실상 와해하는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이스라엘의 압박은 헤즈볼라의 자금줄 차단 작전까지로 확대됐다. 헤즈볼라가 휴전 협상과 관련한 메시지를 본격 발신한 때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합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전쟁에 대한 강경 일변도 태도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은 그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좁혔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결심'에 더 많은 영향을 준 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사회의 분쟁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를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선물'로 준비한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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