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전 강제동원 노동자 애도"…韓, 별도 사도광산 추도식

입력 2024-11-25 15:45:12

韓유족 등 30명 참석…사도섬 조선인 기숙사터서 묵념·헌화
日, 韓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에 "유감 표명…정중히 소통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한국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한국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함께 열기로 했던 사도광산 추도식이 반쪽 행사로 끝나면서 한일 간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은 추도식 일본 중앙정부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문제로 일본 추도식에 불참하고 별도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韓, 별도 사도광산 추도식

한국 정부는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사도광산에서 강제 노역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별도 추도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한국 유족 9명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약 30명이 참석했으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도사 낭독과 묵념, 헌화 등이 진행됐다.

박 대사는 추도사에서 "80여년 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추도식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을 겪은 한국인 노동자를 기억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0여년 전의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진심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일었던 일본 정부 차관급 인사가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 분위기를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의 민감한 현안임에도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못한 게 유감스럽다"며 "이런 결과가 우리 외교당국의 안일한 태도 탓인지 겸허한 반성과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갱도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갱도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日, 韓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에 "유감

일본 정부도 '사도광산 추도식'이 한국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진 데 대해 25일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야시 장관은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해 "지자체와 세계유산 등재에 관계된 민간 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개최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서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해 인사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과 협력해 한국 정부와도 정중히 의사소통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상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취임 이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대해서는 관련 보도를 접하고 사실관계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2022년 8월 15일 "이쿠이나 의원 등 국회의원 20여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보도한 바 있고, 산케이신문도 전날 "이쿠이나 정무관이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 동의를 얻기 위해 모든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매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