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볼턴 "트럼프, 韓에 방위비 인상 요구 가능성"

입력 2025-08-02 22:35:43 수정 2025-08-02 23:08:06

美CSIS "정상회담서 방위비 의제로 오를 것"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협상 등 추가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앤디 림 부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발표한 '한미 무역합의 체결'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주 안에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지금까지 이뤄진 합의 이행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확대, 비관세 장벽, 환율 등에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정상회담을 활용할 것"이라며 "무역 문제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협정과 같은 밀접히 연관된 사안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TV조선과의 통화에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모든 양자 동맹에서도 트럼프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례를 언급하며 국방비 증액 압박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가 NATO 동맹에 대해 발언해온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모든 국가들이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길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앞서 한미 무역협정 체결 소식을 전하며 "방위비 분담은 한국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위협"이라며 "이 협상은 2주 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열릴 예정이며, 이는 한국이 또다시 미국에 막대한 돈(vast sum of money)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최대 9배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는 "제가 백악관에 있었다면 한국은 연간 미국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을 지불했을 것이다. 한국은 돈 찍는 기계(부유한 나라)"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 50억달러를 요구했지만 한국이 난색을 보여 우선 20억달러를 내게 하고, 그 다음 해에 50억달러로 올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한국을 북한 핵으로부터 보호해주는데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며 "이건 미쳤다(this is crazy)"고도 했다.

외교부는 미 국무부와 지난해 10월, 2026년 분담금 총액을 올해 대비 8.3% 늘어난 1조5192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물가에 따라 인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