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vs 핵'… 美·러, 우크라전쟁 놓고 위협 '정면충돌'

입력 2025-08-03 16:45:12

러시아 메드베데프 '데드 핸드' 언급
트럼프 "핵잠수함 배치" 지시
점점 짧아지는 종전 협상 회담 시간
美 정부, 두 나라에 특사 파견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응급구조대원들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다세대주택 근처에서 피해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 31명이 사망했다.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응급구조대원들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다세대주택 근처에서 피해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 31명이 사망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미국이 수위를 점점 높이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종전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청하며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렸음에도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자 급기야 미국이 핵을 언급한 것이다.

◆'강 對 강' 대치하는 美·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두 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이런 어리석고 선동적인 발언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며 "말은 매우 중요하고,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전설적인 '데드 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인 '데드 핸드'(Dead Hand)는 적의 공격으로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때 핵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러시아의 명령 시스템이다.

두 나라가 주고받은 '핵' 으름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응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50일 이내'에 평화를 이루지 않으면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보름 뒤인 지난달 29일 "10일 안에 휴전하지 않으면 새로운 관세 제재를 부과하겠다"면서 8월 8일까지 휴전 협상을 마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종전 협상은 뒷전인 러시아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게 종전 협상은 시급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궁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세 번째 종전 협상은 1시간도 안 돼 끝났다. 1차 협상(5월 16일)에 약 90분, 2차 협상(지난달 2일)에 약 60분이 걸렸고 이후 7주 만에 재개된 3차 협상은 고작 40분 만에 끝났다.

이마저도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 등 인도주의적 부문에서만 합의가 이뤄졌을 뿐 휴전 방안 등 무력 충돌 종식을 위한 굵직한 해법과 관련해서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외려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배치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은 이어졌다. 러시아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키이우 등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2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코라벨 지역을 잇는 다리가 피해를 입었다.

2일 밤과 3일 새벽 사이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민간 주택이 파괴되고 공공 기반 시설이 파손됐다.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장에서 응급구조대의 치료를 받은 이도 다수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두 나라에 각각 특사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키이우 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금명간 키이우를 다시 찾을 것이고, 러시아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파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