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임상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입력 2024-12-01 18:09:45 수정 2024-12-01 22:39:43

서민 경제 갈수록 침체, 여·야 정치 싸움 접어두고 경제 살리기에 머리 맞대야
새해 경제 올인 약속하는 정치권 '어퍼컷' 봤으면

최근 대구 시내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앞에 할인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대구가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대구 시내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앞에 할인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대구가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It's the economy, stupid'는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슬로건이다.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승리하는 데 이 문구가 주효했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까지 경제 문제를 꼬집거나 다른 단어를 바꿔 넣어 캠페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지난 정부에서도 경기가 나빠지자 유수의 언론에서 '문제는 경제다'라는 수사가 자주 등장했다.

요즘 한국 상황을 보면 다시 이 말을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2.0%에 수렴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트럼프발(發)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내년 우리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서민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비어 있는 비주거용 건축물이 6만659동에 달하며 평균 상가 공실률도 13.8%로 집계됐다. 지역 상권의 경우 빈 점포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상권이 쪼그라들고 있다.

주택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친 지 오래다.

수도권 집값을 누르기 위한 처방만을 하니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지방 부동산은 거의 사망 수준이다. 오랜 거래 절벽에다 집값도 확 빠졌다.

10월 말 기준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주택은 각각 8천506가구, 7천263가구로 집계돼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자산 50%가 날아갔는데 쌀밥 잘 먹고도 심사가 뒤틀린다.

지난 정부의 방대한 재정 지출로 기인한 후유증, '명현현상' 등으로 치부하기에는 서민 경제 시계는 제로에 가깝다.

낙수효과가 큰 부동산부터 살려야 한다.

주택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면 공인중개사(중개수수료), 이삿짐센터, 주방가구, 인테리어는 물론 도배, 장판업자까지 수십 개의 관련 업체가 목돈을 쥔다. 이는 다시 음식점, 의류점 등으로 돈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바닥 경제에 온기를 돌게 한다.

대기업의 수출이 잘된다고 당장 고용이 잘되고 돈이 돌지 않는다. 부동산발 돈줄이 꽉 막혔으니 소상공인은 살 수가 없다.

사회 곳곳에서는 경제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정치권은 '모르는 건지,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지' 위험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온통 답 없는 진흙탕 정치 싸움뿐이다.

최근 야당 대표의 사법 판결이 유죄, 무죄로 나뉘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 정의를 따지고 든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사망했다"고 했던 야당의 태도가 불과 열흘 만에 "판사님, 감사합니다"로 바뀌었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선과 악,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혼돈의 시대'라 해도 넘치지 않을 정도다.

이것도 모자라 모든 걸 대통령 탓, 김건희 여사 문제로 귀결시키는 정치권은 서민 경제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답 없는 정치 문제를 부여잡고 고집하기보다는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는 해답지를 풀어 보면 어떨까.

정작 흉악 범죄를 줄이는 것이 경찰력 증원과 법 강화가 아닌 깨진 유리창을 고치고 벽의 낙서를 지우는 데서 시작했듯,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정치적 실타래를 '경제'에서 한번 끊어내 보자는 것이다.

새해에는 경제 올인 다짐의 정치권 '어퍼컷'을 보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