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시한폭탄 '싱크홀' 한달 6번꼴…"지자체 대응은 문턱 높아"

입력 2024-11-26 08:00:00 수정 2024-11-26 08:20:24

최근 10년간 전국서 2천57건 발생…대구 33건·경북 76건
'하수관 손상' 총 873건, 전체의 42.4%…대구 노후 하수관로는 74% 달해

지난 8월 31일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인근 도로에서 깊이 1.7m 정도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건설과 도로보수팀이 현장에서 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지난 8월 31일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인근 도로에서 깊이 1.7m 정도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건설과 도로보수팀이 현장에서 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도로 위 시한폭탄인 '싱크홀'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선제 대응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지반탐사에 나서기엔 예산·인력에 발목히 잡혀 정부의 사후 조치에만 기대게 된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싱크홀의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로 비중이 74%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10년간 전국 17개 시·도의 지반침하(씽크홀) 발생 건수는 총 2천5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총 41건으로 한 달에 6건 꼴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10년간 경기(422건)에서 압도적으로 발생 건수가 많았고 강원(242건)·서울시(215건)가 뒤를 이었다. 경북(76건)은 17개 시·도 중 10번째를 기록, 대구(33건)는 14번째로 파악됐다.

주요 원인으로는 노후된 하수관이 손꼽힌다. 최근 10년간 '하수관 손상'으로 지반침하가 발생한 경우는 총 873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42.4%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다짐(되메우기) 불량'(344건·16.7%), '상수관 손상'(238건·11.6%)이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은 다른 시·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반침하 발생 건수가 적지만 노후된 하수관로 탓에 위험을 비켜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래된 하수관에 균열이 발생해 누수가 생기고 토사가 유실돼 지반침하가 발생할 수 있고, 집중호우 발생 시 하수관이 무너져 내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옆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도 하수관 파열로 물이 지반으로 흘러들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지반침하(12건) 중 '기타'(50%)에 이어 '하수관 손상'이 25%를 차지했다. 경북도 총 51건 중 '다짐(되메우기) 불량(49%)'에 이어 '하수관 손상'이 25.5%였다. 대구의 경우 노후 하수관로가 다른 시·도와 비교해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에 따르면 대구시의 하수도 노후화율은 74%(전체 하수관로 6천209㎞ 중 4천59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구 시지 등의 신도시는 우수와 오수가 따로 흐르는 분류식 하수관로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우수와 오수가 함께 흐르는 합류식 하수관로가 대부분"이라며 "합류식 하수관로의 경우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균열이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지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단번에 손을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지반침하 점검은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국토안전관리원에 지반 안전점검을 요청하는 '후속 조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지자체가 선제 점검에 나서기 어려운 면도 면밀한 대응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기후변화 탓에 빈번해진 집중호우로 노후된 하수관이 지반침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하철 공사나 터널 공사 또한 지반침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철도지하화 등 지하 개발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지반침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연말까지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예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예산이나 장비 문제로 점검에 어려움을 겪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일대일 매칭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1㎞당 탐사비용이 120만원~200만원 정도 투입되는데, 8차선 도로의 경우 총 16번을 왕복하며 점검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 지출이 만만치 않은데다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문턱이 높은 이유"라며 "갈수록 도시계획이 다양해지고 극한호우 위험도 높아져 지자체도 선제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예산·장비 지원 사업 등과 관련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