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 장마에도 큰 피해 없어…"지형과 기압이 막았다"

입력 2025-07-22 21:43:35 수정 2025-07-22 21:46:36

소백·태백산맥 사이 분지 지형이 비구름 유입 막아
경북도, 산불피해지 중심 기후재난 대비 점검 나서

20일 오전 경남 합천군 가회면 호산마을 한 주택 앞 담벼락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경남 합천군 가회면 호산마을 한 주택 앞 담벼락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도운 경북 북동부권'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극한 폭우가 지난 3월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등 북동부권 5개 시·군을 묘하게 비껴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산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극도로 우려했던 행정 당국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16일부터 닷새간 도내 시·군별 누적 강수량을 보면 청도가 320.3㎜로 가장 많고, 고령(286.4㎜), 경산(250㎜), 영천(206.3㎜) 등 경북 남부권 시·군에는 200㎜이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대구 달성군도 누적 345㎜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반면 청송 117.2㎜를 비롯해 영양(107㎜), 안동(105.5㎜) 등 북동부권 시·군에는 100㎜ 내외의 상대적으로 적은 비가 내렸다.

당시 비구름대는 충청·호남 남해안과 경기 등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정체하며 폭우를 뿌렸다. 특히 장마전선의 상층에서 찬공기(한기)가 내려오고 하층에는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들면서 대기가 극심하게 불안정해 많은 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남북으로 길게 형성돼 있는 장마전선의 중심축에 위치해 있던 경남 산청과 경기 가평 등에 많은 비가 반복적으로 내렸다.

경북 북동부 내륙의 경우에는 지리적으로 장마 전선의 동쪽 끝인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 피해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또한 비구름의 발달 중심이 충청·호남 등 서쪽과 남서쪽으로 쏠린 점도 많은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소백산맥과 태백산맥 사이에 위치한 분지 지형인 점도 한몫했다. 강한 남서기류가 몰고 오는 비구름이 높은 산맥을 넘지 못하거나, 세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산맥 너머에 있는 경북 북동부는 비 그늘(Rain Shadow)이 형성됐던 반면, 전남 동부·경남 서부 등은 많은 비가 내렸다.

경북 한 자자체 공무원은 "산사태를 우려해 모두 초비상 대기를 했었다. 폭우가 산불 피해 지역을 묘하게 비껴가면서 하늘이 도왔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대기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인해 '극한 호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경북 북부내륙의 비구름대의 강도가 약해서 강수량 차이가 난 것일 뿐"이라며 "기압계의 상태에 따라서 강수량 등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장마기간이 끝나도 언제든 강한 비가 내릴 수 있고, 경북 북부권도 극한호우의 발생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