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990원 소금빵이었다. 유튜버 '슈카월드'는 그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소금빵 시장가에 의문점을 제시했을 뿐인데 치솟는 물가에 뿔나 있던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을 펼쳤다.
빵을 그저 밀가루 덩어리라고 생각한다면 개당 3~4천원을 육박하는 소금빵은 폭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값비싼 밀가루와 버터를 사용해 만든 '더 맛있는 소금빵'이라면 그 보다 더한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 입장에선 소금빵 가격 이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990원짜리든 4000원짜리든 재료 원산지와 맛, 베이커리 분위기와 서비스에 따라 본인이 합리적인 소비 중인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돼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유학업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단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그 한 문제가 1등급이냐 2등급이냐를 나누는 입시만 겪어온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영역의 일이 유학업계에선 자주 벌어진다. 이른바 '입시 매뉴얼'을 둘러싼 일이다.
입시 매뉴얼이란 내신(GPA)과 SAT 몇 점 이상, 특별활동 등 이른바 '스펙'을 따야 아이비 리그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그런데 수억 원까지도 드는 강남 일대 유학 컨설팅 업체가 확언하는 그 '데이터'가 생각보다 편협한 표본에서 얻은 통계라는 걸 다들 잘 모른다. 막대한 지출과 함께 온갖 '지인 찬스'를 써서 미국 명문대에 입성한 아이는 자신보다 낮은 스펙을 가진 동기를 보고 헛웃음 짓다가 그들의 토론 태도에 놀라고 그들의 운동 실력에 경악한다.
누군가가 소금빵을 보고 가격만 따지는 게 아니듯 미국 대학이 스펙만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은 그들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각 대학은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입시생의 생각을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래서 난 입시 매뉴얼을 무시하고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 어떤 부분에서 훌륭한지, 어떤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부각 시켜 입학사정관 눈에 들게 할 건지 전략을 짜왔다. 그러다 이 바닥에서 이단아가 됐다.
성적우수자의 아이비리그 입성이 어렵다는 게 아니다. 입학처가 그들의 성실함과 인내심 등을 높이 사기에 꽤나 많은 성적우수자가 입시에 성공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가 단순 점수에 매몰돼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마 자신도 입학 컨설팅을 끼고 유학을 한 탓에 저 길밖에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4.0만점인 GPA 3.0에 1600점 만점 SAT를 1230점 받은 친구가 미시건 앤아버에 합격한 걸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입시 매뉴얼에 따르면 미시건 앤아버 평균 합격 GPA는 3.7이상이고 SAT는 1450 정도다. 고교 시절 내내 직접 '진짜' 자동차 부품을 사서 완성차를 만드느라 성적은 고사하고 스펙도 없이 카네기멜론에 합격한 친구도 기억이 난다.
모든 일에 무조건적인 매뉴얼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배추김치 하나도 지역별, 연령별로 수백수천 가지의 레시피가 있고 맛도 천차만별이다. 나는 그저 586 꼰대 학부모가 매뉴얼에 아이들을 레고 부품처럼 끼워 넣는 게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이젠 하다 하다 에세이 대필 업체가 성행한다. 참 많이 불편한 세상이다.
김나연 HMA유학원 대표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