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항암 치료를 응원하기 위해 조용히 갈비 한 상을 더 보냈던 자영업자가 며칠 뒤 가게 앞에서 예기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
4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서울 양천구에서 배달 전문 삼겹살 가게를 운영 중인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배달앱으로 받은 배달 주문 요청란에 담긴 한 문장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요청란에는 뜻밖의 감사 인사가 적혀 있었다. "항암 중인 9살 아들이 갑자기 찾을 때마다 주문해요. '사장님 갈비 최고'래서 감사인사 전해요"라는 메시지였다. A씨는 당시 이 문장을 보고 한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5살 아들을 키우고 있고, 아내의 뱃속에서 둘째가 자라고 있는 그에게 주문자의 메시지는 곧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A씨는 주문을 한 손님에게 무엇이라도 보태주고 싶다는 마음에 고민 끝에 주문 메뉴와 같은 LA갈비를 하나 더 포장했다. 음식과 함께 '힘내시라'는 짧은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쪽지도 함께 보냈다.
A씨는 "아이가 암 환자이다 보니 다른 걸 챙겨주기가 조심스러워서 좋아하는 걸 넉넉히 먹으라고 똑같은 메뉴를 하나 더 해서 보냈다"며 "음식 배달을 부모가 받을 거라 예상하고 '저도 두 아들이 있는 부모다. 힘내시라고 좀 넉넉하게 보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맛있으니 두고두고 드시라'고 쪽지를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사흘쯤 지나 가게 앞에 낯선 모자가 나타났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여성은 "며칠 전 LA갈비를 주문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A씨에게 감사 인사를 직접 전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찾아온 것이었다. 여성과 함께 있던 아이는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빠진 상태였으며 팔에는 항암 치료로 생긴 듯한 주사 자국이 여러 개 있었고, 그날 막 주사를 뺀 듯 반창고에 피가 배어 있었다. 아이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피로회복제 음료를 A씨에게 건넸고, A씨는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하는 지금도 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일면식도 없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큰 위로가 됐다. 남편이랑 같이 너무 힘이 났다'고 했다"며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엄청 속상하지 않냐. 감정이 주체가 안 돼서 어머니랑 같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방문한 모자는 서울 구로에서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A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신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고 감동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일이라 경황이 없어서 번호도 못 받았다. 다음에 또 주문하면 뭐라도 챙겨드리고 싶은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배달 앱으로는 알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짧은 만남은 약 5분 정도였다. 이씨는 "너무 아까워서 박카스는 먹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