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온 세계인이 특히 한국인들이 마치 자국 대통령을 뽑는 것처럼 숨죽이고 지켜봤던 2024년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미국의 주류 언론과 미국 주류 언론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보도한 한국의 언론에 의하면 트럼프의 당선은 이변(異變)이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를 아예 정상적인 인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선거 전 막바지에 트럼프는 아예 파시스트 혹은 히틀러라고 불렸다. 주류 언론은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의 싸움을 자유(Freedom)와 독재의 싸움으로 몰고 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라 부르며 때려 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 역사상 비슷한 일이 한 번 있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복귀(comeback)는 그를 불사조에 비교할 수 있게 한다. 22대 대통령이었던 민주당의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4년 임기를 마친 후 공화당의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4년 후 클리블랜드는 23대 해리슨을 꺾고 재선에 성공, 제24대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은 법적으로 두 번 당선될 수 있는데 연속으로 당선된 경우는 1대, 걸러서 당선이 되면 2대로 계산한다. 트럼프는 미국 45대, 47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은 45명이었지만 대수로는 47대가 되고, 트럼프는 두 번 당선될 수 있다는 법에 의해 앞으로 4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를 이상하게 취급한 미국의 주류 언론과 미국의 주류 언론에 영향받은 한국의 언론을 접한 사람들에게 트럼프의 당선은 이변일지 모르지만 트럼프는 머리가 대단히 좋은(IQ 156이라는 기록이 있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의, 정상적인 인물이다. 억만장자 부동산업자이면서 단 한 번도 술과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으며, 중고등학교를 군사학교에서 절도 있는 생활로 보낸 후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학과(와톤 스쿨)를 졸업한 미국의 엘리트 중 하나다.
그는 이단아가 아니며 미국이 작금 당면한 현시대의 문제점과 고뇌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극히 정상적인 인물이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라는 상식적인 구호를 가지고 나온 것을 이상하게 보는 세상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니겠는가?
미국은 40여 년의 냉전에서 승자가 된 후 다른 나라와 거래 없이 홀로 존재할 수도 있는 극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고립적이 되기보다는 세계 모든 나라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무역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경제적인 국경을 허문 자유무역의 세계는 미국이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탈냉전 시대의 역사를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라고 칭한다. 세계화의 시대는 국제 분업의 시대이며 국가들은 자신이 잘 만드는 물건을 내다 팔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은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면 되는 시대다.
세계화는 이론적으로 모두가 더 잘살게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과 호주의 값싼 쌀과 쇠고기를 수입, 모든 국민이 값싼 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잘 만드는 자동차, 전자제품을 내다 팔면 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돈도 절약되고 생활도 나아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들이 지출해야 할 식품 가격이 절감되었지만 농민들이 망하게 생긴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업지대가 폭망했다. 값싼 중국 소비재, 품질 좋은 한국과 일본의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일반적인 미국 시민들을 풍요롭게 했지만 미국 국력의 기초가 되었던 5대호 공업지대 강철 벨트(Steel Belt)를 녹슨 벨트(Rust Belt)로 타락시켰다.
공장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났지만 세계화 시대 미국의 엘리트들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슈퍼 클래스가 된 소수의 미국 기업가들은 세계화주의자(globalist)가 되었고 미국의 민주당은 이들의 정치적인 후견자가 되었다.
다수가 덕을 볼지라도 소수의 희생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세계화 반대론자들인 공화당의 입장이고 트럼프의 지지 세력이다. 세계화의 시대에는 중국과 같은 반칙왕도 나타나 부당한 이익으로 미국의 지위를 위협했다. 미국 국민들은 일자리를 되찾아 올 것이고 패권적 지위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트럼프에 표를 몰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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