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에서 우리 땅 '독도' 빼려 한 역사학자들
2008년부터 8년간 국민 세금 투입…동북아역사재단, 지도 제작 나서
연구기간 연장·예산증액 신청에…정부,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 요구
우리나라 학자 60여명 모여 만든 역사지도 속 독도 찾아볼 수 없어
수정 기한 줬음에도 누락은 여전 책임자 문책 없이 제작 전면 중단
◆독도문제가 계속되는 이유
일본에서는 독도를 죽도(竹島·다케시마)라고 부른다. 일본 시마네현(島根縣) 의회는 2005년 3월 16일 '죽도 영토편입 100주년'을 기념한다면서 '죽도(竹島)의 날'을 제정했다. 러일전쟁 와중인 1905년 2월 22일 시마네현 지사 마쓰나가 다케요시(松永武吉)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편입했다는 내용의 '시마네현 고시 제40호' 발령 100주년 기념으로 '죽도의 날'을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시마네현 고시 제40호'가 일본의 지방은 물론 중앙에서도 고시됐다는 증거가 없다. 일본은 고시 원본이 1945년 8월 시마네현 청사가 불에 탔을 때 사라졌다는 것이지만 독도에 대해서 일본은 워낙 많은 허위사실들을 유포하고 있어서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일본이 시마네현 차원에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데 비해서 대한제국 정부는 1900년 10월 25일 황제의 칙령 41호 '울릉도(鬱陵島)를 울도(鬱島)로 개칭하고 도감(島監)을 군수(郡守)로 개정하는 건'을 반포해 을릉도를 군으로 승격시켰는데, 제2조에 '그 구역은 을릉전도(鬱陵全島)와 죽도(竹島), 석도(石島)를 관할할 사(事)'라고 관할구역을 확정하고 있다. 울릉도 곁의 섬을 죽도, 독도를 석도로 표기하면서 독도가 한국령임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이다.
일본은 또 독도를 송도(松島·마쓰시마)라고도 부른다. 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의 '죽도' 항목에는 "현재의 죽도는 우리나라(일본)에서 한때는 마쓰시마(松島)라고 불렀다"고 말하고 있다. 조선 순조 8년(1808) 서영보·심상규 등이 왕명으로 편찬한 '만기요람(萬機要覽)'은 "울릉과 우산은 모두 우산국의 땅이다. 우산은 왜(倭)가 말하는 송도(松島)이다"라고 말해서 일본에서 말하는 송도(독도)가 조선영역 독도임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서울 광화문역을 비롯해서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면서 정권 차원의 독도지우기가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또한 2023년 12월 말 전군에 배포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서술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전량 수거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 독도문제는 일본의 공세에 우리 내부의 혼란이 더해지면서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 내부의 혼란은 독도를 둘러싼 역사학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인식과 태도가 뿌리로 지목되고 있다.
◆동북아역사지도 사건
한국 역사학자들의 독도에 대한 속내가 잘 드러난 사건이 '동북아역사지도'의 독도 사건이다.
'동북아역사지도'란 역사관련 국가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세대·서강대 산학협력단에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8년 간 국민세금 47억원을 투입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역사지도를 제작하게 한 연구용역을 말한다. 2015년에 종결되었어야 할 사업인데, 지도제작진이 국고 쓰는 재미를 느꼈는지 3년의 연구기간 연장과 예산증액을 신청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에는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이하 특위)라는 특별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조직되어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는 초당적 차원의 국익관점에서 접근하자는 목적의 특위였는데,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가 남 위원장이 경기지사에 출마하면서 같은 당 김세현 의원이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조직이다.
지도제작측이 제작기간 연장과 추가예산을 요구하자 특위에서 그간 제작한 지도의 제출을 요구했고 지도제작측은 마지못해 그간 제작한 지도를 제출했다. 역사지도는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 특위는 필자에게 이 지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즉 이 지도가 과거 역사사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그린 것인지 평가해달라는 요구였다.
필자는 이 지도가 대한민국 정부 명의로 발간되면 앞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언급하면 첫째는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의 위치를 북한강역에 표시했는데 이는 중국 동북공정 논리를 그대로 추종한 것으로서 앞으로 북한 유사시에 중국이 북한을 접수하고 자국령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발행의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시하면 대응 논리가 없어진다는 의견이었다. 둘째 시종일관 독도를 삭제했는데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고 그 정당성의 근거로 이 지도를 제시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고 하면 또한 대응논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독도 누락이 실수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한 특위는 2015년 4월 17일 국회에서 진술회를 열어서 필자와 지도제작측 위원의 한 명인 임기환 서울시립대 교수(고구려사 전공)을 불러 견해를 청취했다. 이 진술회는 지금도 온라인상에 남아 있으니 전체 내용은 이를 확인하면 된다. 독도와 관련해서 "왜 독도를 그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임 교수는 "지적한 대로 이 지도에서 독도가 누락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저희의 실수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실수라면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러나 8년 간의 긴 제작기간 동안 60여 명의 역사학자들이 '동북아역사지도'를 그리고 검수하면서 "왜 독도가 누락되었는가?"라는 당연한 문제를 제기한 학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은 믿기 쉽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해마다 두 차례씩 지도제작측에게 자체 심사를 진행하게 했다. 수험생에게 스스로 채점하게 것인데 모두 합격점 80점을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회 특위의 문제 제기가 있자 동북아재단측은 지리학자를 포함한 외부 위원에게 심사를 맡겼는데 100점 만점에 14점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보완작업을 거쳐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사실 이런 수정기한을 준 것만 해도 큰 특혜를 준 것이다. 지도제작측은 5개월 간의 수정기한을 거쳐 다시 제출했는데 외부 평가단은 44점의 낙제점을 주었다. 놀라운 것은 수정기한에도 독도를 그려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학자이기를 포기한 이들이 그린 715매의 지도에 대해서 동북아역사재단은 최종적으로 불합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정상적인 국가였으면 불합격 판정에서 그치지 않고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 등을 포함한 근본대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지도제작만 중단한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독도 누락은 이들의 신념이었나?
2016년 8월 당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호섭)은 특이한 행사를 진행했다. 2016년 8월 18일부터 3박 4일 동안 천진에서 하북성 노룡현과 적봉을 거쳐 심양으로 되돌아오는 답사를 진행했는데, 이른바 강단사학자들과 이들의 역사학을 식민사학이라고 비판해왔던 필자 같은 학자들이 함께 답사를 했다. 김호섭 이사장의 답사 취지는 필자 등이 낙랑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하북성 일대 등을 함께 답사하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재단 측에 매일 저녁 양측이 한 명씩 발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하자고 제안했고, 재단 측에서 받아들여서 열띤 논쟁이 이어졌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미루고 독도에 관한 에피소드만 소개하겠다.
마지막 날 저녁식사 때 김호섭 이사장이 내 옆자리로 옮겨왔다. 나는 "동북아역사재단에 '독도를 일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잡지를 기고한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전 연구위원인 배성준 박사가 계속 근무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러니 '동북아역사지도'에 독도가 누락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김호섭 이사장이 놀랄만한 증언을 해 주었다. 재단에서 지도보완작업을 요구한 후 지도책임자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김호섭 이사장은 지도제작 위원들에게 "대한민국 세금으로 만드는 지도면 독도는 그려 와야 할 것 아니야? 독도에 점이라도 찍어와야 할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끝까지 독도를 누락시킨 지도를 제출했다는 증언이었다.
◆동북아역사지도가 훌륭한 역사지도라는 학자들
그런데도 이 나라 역사학계를 장악한 식민사학자들은 지금도 틈만 나면 '동북아역사지도'에 "자세히 보면 독도가 있다"면서 거짓말로 호도하기에 바쁘다.
문재인 정권 때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에 국제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하면서 경남 합천 쌍책고분군을 '다라국', 전북 남원 두락리 고분군은 '기문국'으로 명기해 문제가 발생했다. 다라, 기문은 일본 극우파들의 성서인 '일본서기'에만 나오는 이름으로 이 지역들이 야마토왜의 식민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역사시민 운동가들이 나서서 '다라, 기문' 이름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2022년 1월 12일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고고학·역사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김현모 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들과 시민들을 비난했다. 고고학·역사협의회 회장 하일식(연세대) 등은 이들은 이른바 학계의 연구성과를 비판하는 학자들을 '유사역사'라고 매도하면서 '학계의 성과와 판단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다라, 기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일식 등은 이 서한에서 "그들의 공격을 받아 (동북아역사)재단의 대형 프로젝트(디지탈역사지도)가 중단되었습니다"라고 항의했다. '디지탈역사지도'가 바로 수정기한을 주었음에도 독도를 끝까지 누락시킨 '동북아역사지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 학회의 회장들은 이 서한에 각자의 핸드폰 번호를 명시했을 정도로 자신들이 이 나라 역사관련 모든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배성준 연구위원은 '독도문제를 보는 비판적 시각을 위하여(문화과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도가 우리 것일까? 독도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명백한 진실을 왜곡하고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의 음흉한 음모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선입관을 버리고 찬찬히 독도 자료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곧 독도에 대한 진실이 그렇게 명명백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독도에 대한 '진실'이 얼마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선입관에 결박되어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라고 버젓이 말했다.
'동북아역사지도' 사태와 배성준의 글은 독도문제를 주기적으로 제기하는 일본의 뒷배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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