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넘어 한 발 더', 열기로 후끈했던 대구스타디움 인공암벽 경기장

입력 2024-10-20 13:20:03

19일 제1회 대구시 발달장애인 스포츠클라이밍대회'
부산, 경남 양산, 전라도 광주 등 전국 각지서 참여
스포츠클라이밍 통해 발달장애인 정신적·육체적 도움
"장애인 선수 양성 필요, 정식대회로 거듭났으면"

19일 열린
19일 열린 '대구시 전국발달장애인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암벽등반을 올라가고 있다. 김유진 기자

19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인공암벽 경기장은 올해 첫 선을 보인 '제1회 대구시 전국발달장애인 스포츠클라이밍대회'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하네스 등 장비를 착용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발한발을 내딛는 참가자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고 관객들의 입에서는 응원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매년 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리지만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종목으로 대회를 진행한건 대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는 지자체 지원 없이 크라우드 펀딩과 비영리 단체의 후원 및 재능기부 등을 통해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15m 높이의 인공암벽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최대한 높이 올라가면 우승하는 리드 방식을 차용해 총 세 경기를 진행했다. 대구 외에도 부산, 경남 양산, 전라도 광주 등에서 찾아와 총 30명의 발달 장애인들이 열띤 경기를 펼쳤다.

오전 11시쯤 1부 경기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참가자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경기를 지켜보던 중증 발달장애인 최진용(33) 씨의 어머니 김현숙(58) 씨는 "내 아들이지만 장애가 있어 의구심이 있었는데 직접 보니 놀랍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형형색색의 홀더를 거쳐 마침내 탑 홀드를 붙잡고 완등에 성공하자 김 씨는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눈에 띄게 자림심이 늘었다고 입모아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타 종목에 비해 규칙이 단순해 발달장애인들이 배우기 쉬운 전신운동이고 완등을 하면 자연스레 자신감과 자립심이 붙는다는 것이다.

김 씨는 "원래는 모든 걸 옆에서 도와줘야했는데 아들이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우고 나서는 면도, 세수, 양치를 혼자하기 시작했고 또 혼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두 아들 모두 발달장애가 있다는 최병석(74) 씨도 "아들이 전과 다르게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 재밌어하는데 장애인의 부모로서 참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19일 열린
19일 열린 '대구시 전국발달장애인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암벽 등반을 올라가고 있다. 김유진 기자

참가자들의 로프를 잡아주며 안전을 살피는 '확보위원'과 경기 심판 등 총 25명은 재능기부로 함께 했다. 오전 경기에서 심판으로 자원봉사를 한 10년차 전문 클라이머 윤윤섭(57) 씨는 "비장애인도 15m 암벽 완등을 하기 어려운데 오늘 대회 참여자들의 수준이 상당하다"며 "다들 즐겁게 임하는 걸 보니 흐뭇하다"고 했다.

2부, 3부경기가 끝난 오후 3시쯤에는 시상식이 열렸다. 남자부 1등은 이현준씨(부산패밀리클라이밍), 2등은 허성준씨(피플러브사회적협동조합), 3등은 홍리온씨(양산패밀리클라이밍)다. 여자부 1등은 김윤정씨(엠마우스그룹홈), 2등은 정윤아씨(김미경아동발달지원센터), 3등은 정한울씨(엠마우스주간보호센터)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허정건 피플러브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회 후원에 감사드리고 지역사회의 관심을 통해 내년에는 정식 대회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2018년 LA 패럴림픽에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대구시가 장애인 선수 양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일 열린
19일 열린 '대구시 전국발달장애인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시상식을 마친 뒤 참가자들과 가족, 운영진 등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