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세시대] 개관 30년 지났지만 시설 확장없는 대구여성회관·동부여성문화회관

입력 2024-10-15 15:32:19 수정 2024-10-20 14:05:54

주차난·수강 경쟁으로 불만 토로하는 이용객들
특화 프로그램도 부재…전문가 "수요 조사·유관시설 도움으로 내실화해야"

지난 10일 오후 3시쯤 방문한 대구여성회관. 대형 버스와 자가용 차량이 질서 없이 주차돼있다. 이중 주차로도 모자라, 여성회관 앞 이면도로에는 수많은 자가용 차량이 줄을 지어 불법주차돼 있다. 정두나 기자
지난 10일 오후 3시쯤 방문한 대구여성회관. 대형 버스와 자가용 차량이 질서 없이 주차돼있다. 이중 주차로도 모자라, 여성회관 앞 이면도로에는 수많은 자가용 차량이 줄을 지어 불법주차돼 있다. 정두나 기자

여성들의 수가 늘고 사회 진출 경험 역시 많아지면서 여성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다. 일하고 배우고자 하는 여성에게 추진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의 대표적 여성 지원 시설인 대구여성회관과 동부여성문화회관의 현실은 다소 부족함이 묻어난다. 여성들의 취업 역량을 고취하고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나, 각각 1989년, 1995년 개관한 모습 그대로, 운영과 시설면에서 노후화돼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개관 당시 모습 그대로… 주차할 곳도, 들을 수업도 없다

대구여성회관은 주차 공간이 30면에 불과해 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하루에 두 번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인근 마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조차 부족하다. 결국 대구여성회관 앞은 불법 주차와 이중 주차로 혼잡해져, 수업이 끝날 때마다 '주차 전쟁'이 일어난다.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수업을 마친 수강생들이 나오자, 서예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앞치마를 멘 채 나와 이중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켰다.

수강생들은 대구여성회관이 외진 곳에 있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여성회관에서 웹사이트 제작 수업을 듣고 있는 권모(38) 씨는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한 위치인데다가, 편의시설도 주변에 전혀 없어 자가용이 필수"라며 "공단 인근에 있다 보니 분위기도 으스스해 차 없이 다니기가 두렵다"고 했다.

동부여성문화회관 역시 시설 규모가 작아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강좌당 수강 인원이 대부분 20명에 불과해, 수강 신청에 실패하거나 수준에 맞지 않는 수업을 억지로 들을 때도 있다.

동부여성문화회관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정모(66) 씨는 "언어 수업의 경우 초급 신청자가 많아서, 1년 넘게 수업을 듣지 못했던 적도 있다"며 "1대1 코칭이 필요 없는 수업은 수강 인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싶은데, 대형 강의실이 하나뿐이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공간적 한계, 유관기관과 풀어나가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관기관과 협업하면 공간적 한계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권역별로 설치돼 있는 유관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유관기관과 겹치는 프로그램은 없애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추가 공사 없이, 여성가족원 본원을 두고 3개의 분원을 운영하는 대전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전은 권역별로 수요를 분산시키고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데, 본원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곳으로 발전시켰다.

◆ 특색 있는 프로그램, 수요 파악해 개발해야

여성의 복지와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이지만, 두 기관에서 여성 특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수영, 생활자수, 생활 영어나 제빵 기능사 취득, 스마트 스토어 운영 등 일반 복지시설이나 취·창업센터에서 들을 수 있는 강좌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색이 없다보니, 필라테스나 힐링요가 등 일부 스포츠 수업을 제외하고는 남성도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인천 여성복지관의 경우 취·창업 교육을 들은 여성들의 요구에 따라, 교육시설 내에 저렴한 창업 공간을 마련해 차별화를 꾀했다. 복지관에서 교육을 들은 여성이 입점 신청을 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실제 창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특색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책연구원 박은희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수업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강의를 지속하고 있고, 이에 익숙해진 이용객도 새로운 수업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역 내 전반적인 여성들의 수요와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했다.

◆"확장 계획 無… 프로그램 개발에 힘쓸 것"

각 기관은 시설 확장하거나 이전할 계획은 없으며, 수요조사를 통해 적절한 수업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구여성회관은 3호선 공단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이고, 10분 거리 대형마트 주차장도 이용이 가능하다고도 짚었다. 아울러 2009년 새로일하기센터 지정, 2011년 창업보육센터 개소를 통해 여성취·창업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여성회관 관계자는 "이용자에 대중교통 이용 독려, 교육시간 조정등으로 주차 및 출차시간 개선, 인근 시설과 연계하여 주차 공간 추가 마련 등 수강생 편의를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학기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며 "다른 시설에서 보기 어려운 목공 수업을 개강하는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