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미국처럼 금리 내릴 상황은 아냐…영끌족, 이자 고려하길"

입력 2024-10-11 13:56:02 수정 2024-10-11 14:10:33

이창용 "미국처럼 0.5%p씩 내릴 상황은 아냐"
"금리인하 영향 지켜보며 추가 인하 논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떤 계량 모델을 쓰더라도 중립 금리 상한보다 실제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대출 추이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총재는 "9월 숫자만으로 금융안정이 이뤄졌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며, 이렇게 정책을 해가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개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한국이) 미국처럼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총재는 '영끌족'을 향해서는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DSR 규제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으니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해 "감개무량하게 생각한다"며 "구조를 바꾸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환시장 구조 변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시장을 개방한 덕분"이라며 "한은도 여기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