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직무정지된 방통위, 산적한 현안 줄줄이 지연 불가피
검사 탄핵 잇따르며 '이재명 방탄' 반복 전망도
"여야 각 1명씩 우선 추천해 헌재 마비만은 막아야" 지적도
'10월 헌법재판소 마비설'이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면서 헌재 판단과 연계된 각종 긴급 현안들이 줄줄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헌재가 마비된 상황에서 추가로 거대 야당이 당 대표 등 자신들을 겨냥한 수사 검사 등에 대해 탄핵 소추를 이어간다면 '이재명 방탄' 목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헌재가 거야(巨野)의 단독 처리로 탄핵 소추된 검사에 대해 전원일치 기각 판단을 내린 점을 고려해 헌재를 마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방통위 현안 줄줄이 차질 불가피
헌재 마비로 당장 차질이 불가피한 국가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헌법재판소가 탄핵과 관련해 가든 부든 한시바삐 결정을 내려주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바람을 이루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당시 이 위원장은 "9월 3일에 1차 준비 기일이 있었고 빨리 진행되나 기대했는데 2차 준비 기일이 10월 8일로 잡혔다"며 "아시다시피 10월 17일 3명의 헌법재판관이 임기가 다 돼서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말씀드릴 형편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튿날 열린 2차 준비 기일에서 재판부는 11월 12일 정식 변론을 열겠다고 했지만 국회가 제때 후임을 선출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심리가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중요 현안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방통위의 비정상 상황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국감 증인으로 나선 자리에서 "오늘 구글이나 애플의 과징금 얘기도 나왔는데 사실상 결정된 것들이 방통위가 (1인 체제라) 열리지 못해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TBS와 관련해서도 많은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위원회 구성이 안 돼 중요한 결정들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말 KBS와 MBC 등 주요 지상파 재허가 심사 및 의결도 앞두고 있지만 이 위원장 탄핵 심판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연기될 수도 있는 여건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딥페이크 성범죄물 대응, 단말기 유통법 폐지, EBS 콘텐츠 무료 제공 확대 등 방통위가 추진 중인 주요 업무 역시 제때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국감 자리에서 "여러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기관장이 부재하고 위원회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野, 이재명 방탄용 탄핵 잇따를 수도
보수 정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추천 관행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재판관 추천을 추진하며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를 노리는 것은 '헌정질서 마비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지난달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방통위원장의 직무 정지 기간을 늘리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공백을 발생시키고자 정략적으로 헌법재판관 구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마비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정조준하며 각종 탄핵안 발의를 반복해 온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헌재에 탄핵소추된 손준성 검사 심판 역시 지연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아직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해 추진 중인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갈 경우에도 언제 결론이 날지 기약이 없게 된다. 앞선 검사 탄핵안에 대해 헌재가 '전원일치 기각' 판단을 내렸던 리스크도 제거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다음 달 당 대표의 1심 재판이라는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수사 검사는 물론 판사에 대한 방탄용 탄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탄핵안을 밀어붙일 경우 장기간 직무 공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했고 헌재 결론이 나기까지 장기간 행안부는 기관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탄핵'을 공공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는 점은 헌재 마비가 불러올 초유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헌재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서 처리한다면 헌재 마비를 넘어 헌정 마비까지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회 몫 3명 중 2명의 추천을 고집하며 헌재 마비를 유도하는 게 '이재명 방탄용', '대통령 탄핵용'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조속히 후임 재판관 선출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여야 각 1명씩인 추천 몫만 우선 시행해 마비 사태만은 막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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