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국민의힘 이탈표, 무기력하고 아둔한 자해

입력 2024-10-07 05:00:00

국민의힘 일각 김 여사 사과 주장 / 사과 여부·시점 불필요한 논쟁 / 여당 싸울 쟁점 제대로 구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4일)에서 찬성 194, 반대 104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부결(否決)'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일종의 경고성이며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부결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되자 즉각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발의하겠다"고 한다.

자신의 아내가 관련된 특검법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도 모양이 말이 아니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특검법안을 거듭거듭 밀어붙이는 야권의 정쟁도 도(度)를 넘었다.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고, 명품 백 수수 의혹은 검찰수사심의위까지 거쳐 불기소로 정리됐다. 공천 개입 의혹은 '설(說)'에 불과하고 특정된 혐의도 없다. 게다가 야권의 특검법안은 갈수록 '독소조항(毒素條項)'이 늘었고, 특별검사 추천권을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갖도록 하고 있다. 다분히 '정쟁성'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수사를 자기편 사람들에게 맡기겠다니 말이 되나. 대통령이 이것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나.

민주당 등 야권이 불순(不純)하고 집요(執拗)하다면 국민의힘은 상황 파악에 어둡고 무기력하다. 이번 재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기권 표를 던졌거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무엇을 대상으로(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를 모른다. 김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해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계속되어 왔다. 일부 부적절한 사건도 있지만 사실 김 여사 문제는 권력형 비리도 아니고 뚜렷한 혐의도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특검법의 부당성 부각에 미온적인 것은 물론 급기야 이탈표가 나오고, "부결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사과도 안 하면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특검법안을 계속 밀어붙인 민주당의 '가랑비로 옷 적시기'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 모양이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아내 봐주기'로 비치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여사가 사과하면 문제가 일단락되거나 야권이 공세를 중단할까? 민주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김건희 씨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맹공을 퍼붓는 것이 '사과'를 받는 것으로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것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연결 고리로 삼으려는 것이다. 정쟁(政爭)에 정공법(正攻法)으로 맞서야 함에도, 국민의힘은 '상대가 자꾸 때리니 사과하자'고 한다. 상대가 나를 규정하는 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이다.

최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여당은 논란거리가 많고, 야당은 논란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심각성으로 본다면 대통령실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문제가 훨씬 클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율은 높고, 국민의힘과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은 국민의힘이 내부 총질을 하고, 야권은 단일 대오(單一隊伍)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국민의힘은 몇 대 맞았다고 '더는 못 하겠다'고 징징거린다. 국민의힘이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의 부당성과 독소조항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렸더라면 야당이 지금처럼 역풍(逆風) 걱정 없이 마음대로 특검법안을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 사과 여부나 시점은 김 여사와 대통령실에 맡겨 두면 된다. 국민의힘이 그 문제로 대통령실과 싸우는 것은 자해(自害)에 다름 아니다. 과거 새누리당 일부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과 싸워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박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아서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르렀나?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싸워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싸워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부터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