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울릉군은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후보들의 행보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던 인물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들고 출마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사상 처음으로 등장해 군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당히 군의회에 입성했다. "진보 정당보다는 무소속이 낫다"는 울릉도의 오랜 정치 상식이 깨진 순간이었다.
광역(도) 의원 선거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지난번에는 후보가 난립했지만 이번에는 단 한 명만 출마해 무투표 당선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선거판의 색깔도 달라졌다. 붉은색과 흰색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파란색, 녹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홍보물이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개표 결과 역시 색깔 정치가 옅어진 듯했다. 국민의힘은 기초의원 선거에서 절반만 당선되며 '보수의 텃밭'이라 자처하던 울릉도의 자존심이 흔들렸다. 주민들은 이번 선거를 두고 "보수 텃밭에 진보의 씨앗을 뿌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군수와 군의원 후보 단 두 명만 냈지만, 정청래 대표와 고민정·임미애 의원 등 스타 정치인이 직접 울릉도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들은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단단했던 보수 팬덤을 흔들어 놓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원 이상휘 의원만이 울릉도를 찾아 고군분투했다.
"울릉도가 왜 보수 색채가 강하냐"는 질문에 한 주민은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들이 울릉도를 찾은 횟수를 봐라. 외딴섬이라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그나마 찾아온 건 보수 대통령 뿐이었다." 실제로 대통령 신분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찾은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에 울릉도를 공식 방문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출마 전 방문했을 뿐이다. 주민의 말은 단순한 방문 횟수를 넘어, 지역이 느껴온 '관심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울릉도의 선거는 단순히 '공천=당선' 공식이 통하는 곳만은 아니다. 기초의원 선거로 내려갈수록 정당보다 인물의 호감도와 됨됨이가 표심을 좌우한다. 매력적인 인물과 전략만 갖춘다면 진보 정당도 자치단체장까지 노려볼 수 있는 토양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릉군은 82.7%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경북 최고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도는 수치로, 주민들의 정치 참여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준다.
외딴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속에서도 선거가 공동체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언론사 등에서 수차례 실시한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선거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높은 투표율은 단순한 참여율이 아니다. 주민들이 당선자들에게 던진 표에는 간절한 열망이 담겨 있다. 이를 외면한다면, 표심(민심)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붉은빛으로 가득했던 울릉도의 정치판에 이번 선거를 계기로 푸른 물결이 스며들고 있다. 그 색은 진청색일 수도, 보라색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울릉도의 정치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의 속도는 더딜지 몰라도, 그 방향은 이미 주민들의 표심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