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호 주간본부 차장
지난 4월, 어머니 집으로 우편물 한 통이 배달됐다. A4 크기의 노란 봉투였다. 보내는 사람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 보상팀. 받는 사람은 어머니였다. 의아한 마음에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공문이 나왔다. 제목은 '대구연호 공공주택사업 손실보상 협의 요청 알림'이었다. 수신자는 'A님의 상속인'. A는 외할아버지의 이름이다. 돌아가신 지 한참이 지난 외할아버지의 땅이 공공주택사업에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의아함은 이내 떨리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서류를 넘겨 보니 대구 수성구 이천동의 답(논) 270여㎡가 보상 대상이고, 금액은 1억원이 넘었다. 우리 가족은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땅이 남아 있었다니…." 곧바로 계산이 시작됐다. 외할아버지의 자녀는 어머니를 포함해 6남매. "보상금의 6분의 1이 우리 몫이겠구나."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푼돈도 아니었다. 보상금을 받으면 어디에 쓸지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그러나 LH 보상팀 담당자와 통화하고 나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땅의 현재 소유자는 국가였다. 다시 서류를 살피니 '토지소유자 국(재정경제부)'이라고 적혀 있었다. 왜 어머니에게 공문을 보냈냐는 물음에 담당자는 설명했다. 등기부등본에 외할아버지 이름으로 '가등기'가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절차상 상속인들에게 안내했다는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LH의 보상금을 놓고 국가와 다투는 방법이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가등기 설정이 40여 년 전 일이라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점이었다. 불확실한 가능성만 믿고 법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처지다. 소송 비용만 부담할 수도 있고, 어머니 형제들 사이의 입장도 조율해야 한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내 몫이라는 생각에 마음 상하지 마시고, 애초에 몰랐던 땅이니 없었던 셈 치세요."
헛꿈 같은 한바탕 소동이었다. 마음을 비우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심리 변화를 곱씹어봤다. 처음엔 의아함, 그다음은 들뜸, 이어서 욕심과 실망. 누구라도 '꽁돈'이 생겼다 싶으면 평정심이 흔들리고, 확인해야 할 사실을 놓친 채 기대만 키운다. '공짜 돈'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 원래 내 것이 아니었지만,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허망함이 남는다. 이와 같은 '꽁돈'의 심리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초과이윤을 둘러싼 갑론을박이다. 의견은 정부 내에서도 갈린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윤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에 기여한 하청·협력 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는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중국·대만이 국가 예산을 쏟아부으며 반도체·AI 전쟁을 벌이는 지금, 기업의 잉여 자본을 차세대 기술과 설비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주장 모두 경청할 만하다.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부의 재분배는 조세 제도와 사회안전망을 통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초과이윤을 일회성으로 분산시키면 혁신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지금 당장 어떻게 나눌지 계산하기에 앞서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 나눠도 될 만큼 우리 산업의 토대가 단단한지 먼저 살펴야 한다. 과거 성과에 대한 분배가 필요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