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푸틴 정부가 국민들에게 파격적이다 못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저출산 정책을 강요해 해외 토픽으로 올랐다.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직장에서 바쁘다는 것은 아이를 갖지 않는 타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삶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쉴 때라도 번식을 시도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도 임신할 수 있다"면서 직장에서 휴식 시간을 활용해 성관계를 가지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민족의 보존은 우리의 최우선 국가적 과제이며, 러시아의 운명은 인구수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7, 8명씩 낳던 우리 할머니 세대의 멋진 전통을 되살리자"며 출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는 올해 상반기 출산율이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러시아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약 1.5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우리는 러시아보다 더 심각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3천60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1967년부터 20여 년간 인권 유린 수준의 출산 정책을 썼다. 주간 성관계 횟수를 3~4회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했다. 피임하는 여성, 낙태 시술한 의사는 최고 사형에 처했다. 40세까지 자녀 넷을 두지 않으면 연봉의 최고 30%를 금욕세로 뜯어갔다. 하지만 이 같은 온갖 강압에도 차우셰스쿠 시기 루마니아의 연간 출산 증가율은 0.8%로 미미했다. 아이를 키울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아이 낳기만 강요한 결과다.
우리 역대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그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생 흐름은 꿈쩍하지 않았다. 효과적인 묘책을 찾기보다 보여주기식 정책에 세금만 쏟아부은 탓이다.
많은 인구학자와 전문가들은 일·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가족 친화형 정책, 재정적 보상, 탄탄한 육아 지원 시스템 등을 저출생 흐름을 반전시킬 정책으로 제안했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빠졌다. 바로 '수도권 공화국'이란 점이다.
지역 대학 교수인 한 지인은 "지방의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몰리고, 사람들이 죄다 수도권으로 향하니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결국 과다한 주거비 부담 등으로 젊은이들은 경제적 불안감 속에 애 키울 엄두를 못 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않는 한, 저출생 흐름을 꺾을 묘책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즉 동남권 등 1천500만 명이 넘어서는 광역도시권을 키우고 지원했어야 하는데, 서울만 바라보는 정책에 올인했으니 출산율이 오를 일이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을 살리는 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저출생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는 2천601만4천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천573만7천 명)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짜 저출생 극복 의지가 있다면 '수도권 공화국'을 붕괴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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