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잡아야 생존" 실시간 AI통역 서비스까지 하는 지역대학들

입력 2024-10-03 15:42:57 수정 2024-10-03 19:44:29

대구·경북 대학 외국인 유학생 해마다 늘어…대구한의대 3년새 10배 급증
학령인구 줄어든 지방대학…베트남 등 현지서 학생 유치 집중
외국인 학생 관리 1;1 학습 멘토링 서비스 등 지원책 다양

영남이공대에 유학중인 부템바야르 씨(몽골)와 닝뿌이진밋 씨(미안마)가 모국어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영남이공대 제공
영남이공대에 유학중인 부템바야르 씨(몽골)와 닝뿌이진밋 씨(미안마)가 모국어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영남이공대 제공
대구대 가을축제 취업 페스타에서 외국인 유학생 취업상담하고 있는 모습. 대구대 제공

영남이공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리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학습관리시스템에 AI(인공지능) 자막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공지능 자막서비스는 한국어 강의 내용을 60개 이상 다국어 자막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 수업이 모국어 자막으로 자동으로 생성됨에 따라 수업의 질과 학습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도입된 AI 자막 서비스는 단순한 자막 제공이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이 자막을 선택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막은 동영상 위에 캡션 형태로 표시되거나 별도의 스크립트형으로 제공되지만, AI 자막 서비스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선택하는 외국어를 강의 화면에 띄워 주기 때문에 유학생 각자에 맞는 언어를 선택해 쉽게 학습할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AI 자막 서비스 도입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교육 만족도가 월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동시통역 시스템을 구축,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강의가 진행될 때 강의자의 언어가 실시간으로 번역돼 자막으로 표출되는 시스템이다. 가능한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총 4개 언어이다. 특히, 번역된 자막은 텍스트로 저장되어 복습자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각종 학습 편의 장비를 도입하는 등 '유학생 모시기'에 안간힘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빠진 지방 대학들에겐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뭄에 단비'이기 때문이다.

3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대구한의대의 경우 2022년 외국인 유학생이 173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22명, 올해는 1천781명으로 불어났다. 3년만에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지역 대학 가운데 학생모집에 걱정이 없어 보이는 경북대도 2022년 1천99명, 2023년 1천371명, 올해 1천378명으로 매년 1천명을 상회하고 있다.

계명대는 지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몰려 있다. 올해 총 2천154명 규모다.

영남대도 올해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섰으며 대구대는 1천716명으로 집계됐다.

전문대의 경우 올해 기준 영진전문대가 414명, 영남이공대 363명, 계명문화대 370명이 재학중이다.

경북대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울릉도 독도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제공
대구대 가을축제 취업 페스타에서 외국인 유학생 취업상담하고 있는 모습. 대구대 제공

◆성실한 학생 모집 공들이기

대학들은 현지 사무소 설치 등 유학생 모집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잠적해 불법 체류자라도 되면 교육부로부터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입국 전부터 선발 작업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중국에 설치한 사무소를 중심으로 중국 내 고교, 대학교 등에서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하노이와 호치민 지역을 중심으로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수강생 493명)와 대만 타이중(수강상 129명)에 세종학당을 운영하며 예비 유학생들과 스킨십을 높이고 있다.

경일대는 중국, 베트남, 우즈벡 등 현지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운영하면서 유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지 한국어교육센터에서 사전교육을 진행하고 선발된 학생만 입학원서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현지 고등학교에서는 경일대로 유학 오기 위해 3년 과정의 '경일대 진학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경일대 선호도가 높다.

계명대는 현지 및 온라인 면접을 통해 유학생 자체 선발 기준을 설정하고 우수 자원만을 선발하고 있다. 해외 현지 한국어교육 센터 설치해 현지 대학 및 고등학교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하고 한국 전통문화 체험 등 교류활동을 하면서 스킨십을 높이고 있다.
매년 방학 기간 중 '브릿지 투 계명(Bridge to KEIMYUNG)' 프로그램을 운영, 외국인 입학 희망자들에게 예비 대학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경북대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울릉도 독도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제공

◆'문화탐방' 등 각종 내실 있는 프로그램까지 등장

경북대는 지난달 25~28일 '외국인 유학생 챌린지 코리아 – 아이 러브 독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2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행사 기간 동안 울릉도와 독도 일대를 탐방하며 한국의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직접 체험하고, 독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대는 경북도의 외국인 유학생 K-드림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산업캠퍼스 실습인턴제 시범사업'에 참여해 현장실습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외국인 유학생이 현장실습을 통해 국내 기업 취업을 연계해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14개 지역 기업체와 대구대 외국인 유학생 20명이 매칭돼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은 주 4일은 기업체에서 현장실무 교육을 이수하고, 비지니스 한국어, 비지니스 매너, 직무별 실무교육 등을 받는다.

영남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착을 위해 국가별 외국인 선배와 후배가 1:2로 매칭돼 서로 언어와 전공 학습을 돕는다.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도 1:1로 매칭돼 언어학습을 지원한다. 한국어실력이 부족한 외국인유학생과 한국어학과 석박사과정 외국인학생들을 1:2로 매칭해 한국어능력시험 준비를 지원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원활한 학습 지원과 캠퍼스 생활 조기 적응을 위해 한국 학생과 1:1 매칭으로 '튜터링 프로그램'과 '버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토픽(TOPIK)대비반' 특강 수업도 지원한다. 법무부와 협력해 유학생들을 위한 범죄 예방 프로그램도 반향을 불러오고 있으며, 국가별 대표 학생을 선발해 전체 학생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유학생들을 위해 학기 중에는 체육대회, 문화탐방, 한국문화체험 행사 등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국제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해 유학생들의 빠른 적응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