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정 제도, 수용자 불만 창구 전락…인용률 0%대

입력 2024-09-25 11:05:34

살인죄 복역 A씨,396건 진정 남용하기도
강명구 의원, "제도 악용 못 하게 대안 찾아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구미을)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구미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제도가 교도소 수용자들의 불만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용자들이 제기하는 행정심판이나 정보공개청구 역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4년~2024년 7월) 교도소 수용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는 총 4만4천519건이었다. 이 가운데 인용된 것은 217건(인용률 0.487%)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1조는 교도소나 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진정권을 보장하고 인권 침해 주장에 따라 교도관 등 직원을 조사할 권한을 인권위에 부여했다.

하지만 인용률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수감자들이 교도관을 괴롭히고 수감 생활을 편하게 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모 수용자는 2년 6개월간 396건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 수용자는 살인죄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20년 이상 장기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들이 제기한 행정심판 역시 기각률이 매우 높았다. 지난 10년간(2014년~2024년 현재) 4개 지방교정청에 접수된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5천273건이었으나 인용 건수는 14건으로 인용률이 0.3%에 불과했다.

공무원에게 자료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 건수도 10년간 36만 건이 넘었다. 청구 사례 중에는 '수용자에게 매월 라면을 지급하는 규정', '본인이 법무부 장관에게 표창을 받는 방법', '말귀를 못 알아먹는 근무자를 수용동에 근무하게 하는 방법' 등 황당한 요구도 있었다.

또한 '교도관들의 가족 관계와 집 주소', '직원들의 신분증 사본' 등 위협적인 요청도 포함됐다.

이에 미국처럼 정보공개청구에 복사비를 부과하거나 진정과 행정심판 청구 사건은 변호사를 통해 대리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명구 의원은 "살인자도 인권을 주장할 권리는 있지만 수용자 진정제도가 수용자들의 놀잇감이 돼 누군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매우 끔찍한 일"이라며 "수용자들이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유료 서비스 도입 등의 방안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