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이 '말장난' '선동' '가짜 뉴스' '인신공격'이 판치는 난장판이 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옛날에는 좋은 한덕수였는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가 됐다"고 했다. 또 "순한 한덕수 총리가 그렇게 변했기 때문에 대통령실·내각과 국회가 충돌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에게 "저렇게 쫄랑쫄랑 덤비니까 국회의원들(에게) 장관들이 도전하는 거예요"라는 말도 했다. 아무리 연배(年輩)가 높고, 한때 상관이었다고 하지만 국무총리에게 국회의원이 할 말인가.
'아무 말 대잔치'는 박지원 의원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 위성곤 의원 등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늘어놓았고, 이재강 의원은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 국적이 일본이면, 조국(祖國)도 당연히 일본이어야 하고, 그러면 조선인 독립군은 반국가 세력이냐"는 궤변(詭辯)을 늘어놓았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언제 '우리 조국(祖國)은 일본'이라고 했다는 말인가. 이재강 논리대로 하자면 독립군들은 우리나라가 망하지도 않았는데, 독립운동했다는 말이다. "정부가 라인을 일본에 내줬다" "계엄령을 준비한다" "김건희 여사가 권력 1위다"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말도 차고 넘친다. 고용부 장관을 불러서는 고용과 노동 현안에 대한 질문은 않고 국적(國籍)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대정부 질문을 빙자(憑藉)해 지지자들에게 "나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이 따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정부를 상대로 국정 현안을 묻고 따지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 국가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대정부 질문은 때때로 정쟁(政爭)에 가까울 때가 있고, 근거가 약한 의혹 제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야당 의원들이 펼치고 있는 '아무 말 대잔치'와 근거 없는 윽박지르기는 대정부 질문이기는커녕 정쟁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수준이다.
이러니 '대정부 질문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순한 한덕수 총리가 변해 버렸다"고 했지만, 지금 국회 대정부 질문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이 한 총리의 심정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와 윽박지르기, 가짜 뉴스를 바라보자니 울화(鬱火)가 쌓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지금 같은 난장판 대정부 질문을 방치(放置)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충심(衷心)을 갖고 임해야 한다. 대정부 질문 방식 자체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먼저 서면 질문을 하고 국무위원들이 답하게 함으로써 언쟁이 아니라 충실한 답변이 되게 하고, 국가의 종합적 비전이나 정책, 현안과 관계 없는 질문, 소속 상임위와 무관한 질문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국민들도 '저질 발언'을 일삼는 국회의원을 잊지 말고 적극적으로 징치(懲治)하겠다고 마음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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