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90대 할머니 안고 뛰어내린 손자, 돌아가신 사실 몰랐다

입력 2024-09-10 21:22:39

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상가주택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상가주택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최근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안고 뛰어내린 30대 손자가 화제를 모았던 가운데, 치료 중인 손자가 아직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수원 탑동 화재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숨진 할머니의 유족 근황이 공개됐다.

유족 A씨는 손자 B씨가 자신의 사촌 동생이라고 밝혔다. A씨는 "많은 분의 위로 속에 할머니는 잘 모셔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촌 동생(B씨)은 화상으로 인해 현재 치료 중인데도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 모르고 안부만 묻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동생이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엄마처럼 모셨는데 불의의 사고로 이별하게 돼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퇴원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데 동생에게 용기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6시 29분쯤 경기 수원 탑동의 한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여분 만에 꺼졌지만 이 화재로 3층에 거주하던 90대 여성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숨졌다.

A씨의 손자인 B씨는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할머니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2층 높이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B씨는 애초 할머니와 함께 계단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여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이 사고로 상반신 2도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B씨는 할머니가 고령으로 거동이 힘들어지자 보살피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당시에도 B씨는 할머니와 같은 방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화재 후 B씨가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깊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