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칠곡경대병원 하루 120명 진료…밤낮 사투 의료진
전공의 빠진 대학병원 응급실, 점심은 걸러도 환자는 치료해야
중소병원 응급실, 상급병원 환자 전원 결정되면 한시름 놓아
올해 추석연휴에 종합병원 응급실은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명절연휴만 되면 각종 사건사고로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오는데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다 빠져버린 응급실에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지역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응급실에는 똘똘 뭉친 사명감으로 잘 버티고 있는 의료진들이 있다.
그들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잘 버틸 것"이라고 했다.
추석연휴가 아니더라도 종합병원 응급실을 늘 붐빈다. 전공의가 떠난지 6개월이 넘었지만 그래도 응급실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위기상황을 넘기는 등 묵묵하게 제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대구시내 응급실을 찾아 현장 상황을 보고 의료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대학병원 응급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들고 있던 응급실 핫라인 전용 휴대전화에 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처음에는 구미에서 폐렴이 심해져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두 번째는 서변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전화가, 세 번째는 안동에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해결하지 못한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김 교수는 모두에게 "받을 수 있으니 일단 데려오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경북지역에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데 그 곳에서 해결 못하는 환자가 우리 병원 응급실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5분쯤에 세 환자가 모두 환자분류소에 모였다. 환자분류소는 환자가 누운 침대와 상태를 확인하는 김 교수와 간호사, 상태를 설명하는 119 구급대원, 보호자들로 이내 북새통이 됐다. 오후 1시를 넘어가면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 뇌출혈 때문에 수술 여부를 빨리 판단해야 하는 환자까지 응급실로 들이닥쳤다.
김 교수는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차트 시스템에 환자 상태를 입력하느라 바빴다. 그 사이 2시간 전 응급실에 온 환자들의 검사 결과들이 속속 도착했다. 김 교수는 차트를 입력하다 말고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환자에게 달려가 검사 결과와 진단을 설명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차트를 입력했다. 그 사이 응급실로 환자들이 계속 들어왔고 '트리아지'라 불리는 환자분류소 앞에서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김 교수가 진료한 응급환자는 100명을 넘어갔다. 하루 평균 120명을 진료하기 때문에 그나마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남들이 저녁을 먹는 오후 6시, 김 교수는 "이제 점심 먹는다"며 병원 내 식당으로 향했다.
◆피말리는 환자 전원…그래도 받아주니 다행
지난 3일 오후 7시 박정원 구병원 응급실 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 1시간 전 들어온 환자의 전원을 받아주는 곳과 연결이 됐기 때문이다.
집을 수리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코뼈와 손목을 다친 이 환자가 119 구급대에 실려 구병원 응급실로 온 건 오후 6시 쯤이었다. 박 과장은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뒤 X-레이 촬영과 CT(컴퓨터단층촬영) 촬영에 들어갔고 보호자인 가족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30분 뒤 X-레이와 CT 사진이 도착했다. 이를 살펴본 박 과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단지 코뼈와 손목만 부러진 게 아니라 갈비뼈가 두 군데 부러졌고 눈 부위에는 안와골절도 있었다. 더 심각한 건 떨어지면서 뇌에도 충격이 온 탓인지 뇌출혈이 발생한 부위도 CT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수화기를 든 박 과장은 일단 자신이 연결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전화번호를 눌렀다. 환자 상태를 설명한 뒤 돌아온 답은 "지금 환자를 받을 수 없다"였다. 그렇게 세 번째 전화도 실패한 뒤 다시 연락이 왔다. 환자를 데리고 오라는 연락이었다.
박 과장은 "이 환자는 정말 행운을 맞은 편"이라며 "만약 대구 시내 상급종합병원 어디라도 안 받는 상황이라면 환자도, 보호자도, 나도 피를 말리면서 전화를 돌리고 기다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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