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협상 최대 걸림돌인 '필라델피' 어떤 곳?…가자지구 경계 따른 좁은 통로

입력 2024-09-05 15:51:40

필라델피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네타냐후, '필라델피 병력 유지' 고수…하마스 "네타냐후 함정에 속지말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지도를 가리키며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지도를 가리키며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 관리 주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의 중재 하에 협상 중인 합의문 초안은 총 18개 문장으로 구성됐으며, 그중 14개 문장은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의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이스라엘 측 요구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과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측 수감자 간의 맞교환 문제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필라델피 회랑은 어떤 곳?

필라델피 회랑은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경계를 따라 이어진 길이 14㎞, 너비 100m의 통로를 일컫는다.

회랑 중간에는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통로인 라파 검문소, 남쪽 끄트머리에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가 있다.

하마스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권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휴전 협상이 무르익어 가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 문제를 협상에 추가했다는 게 하마스의 주장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6명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한층 더 첨예한 논란으로 증폭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 통제에 집착해 휴전·인질석방 협상이 깨지면서 결국 인질이 숨지는 사태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인질 살해에 격분해 항의시위에 나선 이스라엘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불쏘시개를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입장의 완화를 요구하며 언쟁을 벌였다.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통제권 회복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숙원이었다.

가자지구 재점령까진 아니더라도 하마스의 안보 위협을 없애려면 이집트를 오가는 밀수 통로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견고한 입장 차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 필라델피 회랑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자국과 가자지구 경계를 완전 봉쇄한 뒤 올해 5월에는 필라델피 회랑을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공식 통로가 아닌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뚫은 여러 지하터널을 통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오가는 것으로 의심한다.

네타냐후 정권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면 하마스에게 재기할 기회를 헌납하는 것으로 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의 숨통이자 재무장을 위한 공급선"이라며 "악의 축(이란과 그 대리세력)에게 필라델피 회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철군 약속이 없으면 인질 석방 협상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5일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지 않겠다는 주장으로 휴전 협상 합의를 방해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네타냐후의 함정과 속임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그는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을 장기화하기 위해 협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이스라엘에 부정적

미국과 주변국은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전쟁 후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재주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독립국으로 각자 영토를 갖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두 국가 해법' 비전에 비춰볼 때도 어울리지 않아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인 이집트도 자국 국경에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하지 않고 안보 우려를 해소할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단 하마스의 지하터널은 감시용 카메라나 센서 등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가디언은 역사를 되돌아볼 때 하마스의 무기 밀수 등을 가자지구 반대쪽에서 철저히 단속할 이집트의 정치적 의지가 대안 마련에 핵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