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손가락을 다친 2살 아이가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인천 영종도까지 가서 수술을 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에 부모와 함께 사는 2살 아이가 칼에 손가락을 베였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외과를 찾았으나 대학병원에 가 보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이에 이 부모는 급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가 취소됐다. 이어 이대목동병원과 고대구로병원에서도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서울에서 40km가량 떨어진 영종도 한 병원(의원급)에서 수술을 받았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3살도 안 되는 아이가 발열 증상을 보였는데,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한 뒤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이 아이의 부모는 119에 연락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이 부모는 구급대원과 경기 서북권역 병원 6곳에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갔음에도 진료를 거절당했다. 12번째로 연락한 병원에서야 응급 진료를 받았지만, 119에 신고한 지 1시간이 흐른 후였다. 현재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 불명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는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에 따른 여파로 보인다. 해당 사태가 발생한 2월 전에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수련 차원에서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도 했으나, 전공의들이 사직했고 빈자리를 메워오던 교수(전문의)들조차 최근 사직 또는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우려가 있다. 실제 세종충남대병원과 강원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등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야간 등 부분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도 추석 연휴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19 신고가 급증해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0~2022년 3년간 추석 연휴에 들어온 전국 119 신고 건수는 일평균 4만2천731건이었다. 이는 평소 일평균(3만2천753건)보다 1만건가량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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