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교사 보호는 더더욱 안 돼”…허울뿐인 ‘교권보호’

입력 2024-09-02 17:45:55 수정 2024-09-03 00:32:04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교사 A씨 "가해 학생과 만나기 두려워"
가해 학생, '교권보호위원회'서 출석정지 5일 처분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 대책 마련 분주

딥페이크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딥페이크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자가 무더기로 발생(매일신문 8월 28일)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피해 교사에게 '2차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은 전담 변호사 지원 등 관련 피해를 입은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일 학교 측에 따르면 7년차 교사 A씨는 지난달 5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B군이 A씨의 사진을 '텔레그램 딥페이크' 단체대화방에 올린 사실을 알고 다음날 B군을 교권침해로 신고했다. 대구시교육청에 열린 '교권보호위원회' 결과 B군은 지난달 29일 출석정지 5일, 외부기관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2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A씨는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위원회'의 결과가 납득되지 않을 경우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위원회를 열기도 하지만 교사의 경우 '교권보호위원회' 결과를 통보받는 게 전부"라며 "앞으로 학교 안에서 마주칠까 두렵고, 불안하지만 내가 학교를 떠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서조차 제대로 된 보호와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동료 교사 중 한 명은 내가 앞에 있는데도 'B군이 안됐다. 상처를 입을까 겁난다'고 가해자 옹호를 하거나 내 실명을 거론하며 관련 얘기를 해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침해를 인정받은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기 위해선 행정심판과 재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행정소송만 가능하다. 다만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침해를 인정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행정심판과 재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최근 A씨와 같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가 발생하자 교원단체들도 각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택환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관련 피해를 입은 교원들에게는 전담 변호사를 지원하겠다고 오늘 전 회원에게 연락을 돌렸다. 교육청과도 긴밀히 공조해 교원이 교권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가해자 옹호 발언과 관련해서는 실언을 한 당사자가 A씨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 이야기들은 동료 교사들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사건 이후 A씨와 면담을 진행했고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5일 대구 서부경찰서에 접수된 이 사건은 이날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이관됐다. '교권보호위원회'외에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 학교폭력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