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대장 내시경을 하다 환자 장기에 구멍을 낸 70대 내과의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5-1부(강부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B씨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년 전 70대 여성 A씨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경기 부천에 있는 내과의원을 찾았다. 당일 30분 동안 수면 상태로 진행된 대장 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잠에서 깨어난 그는 복부 위쪽에 통증을 느꼈다. 내시경 검사를 직접 한 내과 의사 B(74·남)씨는 A씨의 증상을 듣고는 복부 엑스레이(X-Ray) 촬영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회복실로 옮겨진 A씨는 수액을 맞고 5시간 넘게 쉬다가 "용종도 없고 깨끗하다"는 B씨의 말을 듣고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 당시 A씨는 잦아들지 않는 복부 통증으로 병원 건물 3층 회복실에서 휠체어를 탄 채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1층 현관까지 내려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A씨는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설사와 함께 고통을 호소했고 사흘 뒤 급성 복통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결국 "결장 천공과 복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다음 날 수술까지 받았으며 10여일 뒤 퇴원했다가 다시 재발해 1주일을 더 입원했다.
결국 B씨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됐고, 검찰은 의료과실로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환자 나이가 많고 과거에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대장 중에서도 결장이 좁아져 있는 상태였다"며 "이런 경우 의사인 A씨는 내시경을 조작할 당시 대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결장에 내시경이 잘 들어가지 않자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했다"며 "결국 내시경이 결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생겼고,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급성 복막염 등 상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씨는 1심에서 "일반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 때 천공이 발생할 확률은 0.2∼0.8%"라며 "주의해서 검사했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지난해 9월 재판부는 B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항소했으나 2심 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증상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퇴원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회복하기까지 30분∼1시간가량 걸리는데, 회복하는 데 5시간 넘게 걸렸다면 상급 병원으로 옮기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평균적인 내과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복막염 등 중상해를 입었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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