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60명 불과…야구 명문고 잇따라 꺾고 23일 우승 도전
교포들 "고시엔 구장서 한국어 교가 올릴 때 뭉클…결승 때 목놓아 응원"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대망의 결승까지 오르자 재일교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4강전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교를 3대 2로 누르고 23일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에서 고교야구는 프로야구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고시엔에는 전국에서 3천441개 팀이 지역 예선에 참여해 오직 49개 팀만이 본선에 올랐다. 예선부터 한 번이라도 지면 바로 탈락하기 때문에 고시엔 본선 자체가 고교 야구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로 불린다.
이런 극악의 경쟁시스템 속에서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가 쟁쟁한 야구명문고를 잇따라 격파하고 결승까지 오른 것은 그야말로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2021년 여름 고시엔에서 본선 4강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결승행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교토국제고는 소규모인 데다가 한국계 학교다. 그렇기에 이번 결승 진출에 재일교포 사회도는 글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다.
준결승전을 TV로 봤다는 재일교포 이성진(58) 씨는 "마음을 계속 졸이면서 경기를 봤는데, 결승까지 올라가니 기분이 무척 좋다"며 "고시엔구장에 선수들이 한국어 교가가 올려퍼질 때 모두 제창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에서 작은 음식점을 하는 한 60대 한국인은 "정말 내가 이긴 것처럼 기쁘다. 재일 한국인이 야구 하나로 이렇게 서로 단합하며 응원한다고 느끼니 뿌듯함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주로 가입돼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야구부 전용구장도 없는 걸로 아는데, 열악한 환경을 잘 이겨낸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다", "결승 진출이라니 꿈인가 싶다" 등 감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관계자는 "이번 쾌거는 일본 전역의 동포에게 큰 용기를 준 일"이라며 "결승전은 고시엔 구장에 직접 가 동포들과 목이 터져라 응원하겠다"고 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올라가게 돼서 정말 기쁘고 (학생들이) 대견스럽다. 일본에 계신 동포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1947년 재일 교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으로 시작, 1990년대 후반 한일 연합 학교 겸 야구 특화 국제학교로 재탄생했다. 현재 전교생은 160명이며 이중 61명이 야구부원이다. 야구부원 대다수는 일본학생이다. 하지만 한국어 수업 시간이 가장 많고, 재학생들은 연 4, 5회 한국도 방문한다. 특히 한국어 교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교토에서 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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