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다리 폭파로 러 수비군 고립 시도…젤렌스키 무기사용 허용 요구

입력 2024-08-20 15:41:32 수정 2024-08-20 17:57:26

보급 끊긴 러시아군, 쿠르스크 관통 세임강 건너로 후퇴 가능성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한 피난민이 19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시내에서 러시아 적십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한 피난민이 19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시내에서 러시아 적십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한 피난민이 19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시내에서 러시아 적십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한 피난민이 19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시내에서 러시아 적십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본토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이 주요 교량을 잇따라 폭파하면서 주변 국경지대의 러시아군 병력을 고립시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고속도로 등을 따라 이동하며 점령지를 넓혀왔다.

국경에서 15마일(약 24.14㎞) 떨어진 코레노보 교외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등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더 깊숙이 파고들 경우 후방 핵심 철도망이 우크라군 포격 사정거리에 들어가면서 철도에 보급을 의존해 온 러시아군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러시아군 고립 작전

러시아군이 직면한 난관은 이것만이 아니다.

쿠르스크주를 관통해 우크라이나로 흘러드는 길이 748㎞의 하천인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3개가 잇따라 파괴되면서,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땅에 버금가는 면적이 퇴로가 끊긴 채 고립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 16일 쿠르스크주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의 첫 번째 다리를 무너뜨린 데 이어 다른 두 개 다리에 대해서도 폭격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해 미콜라 올레슈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18일 텔레그램에 "다리가 하나 더 줄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로만 알레킨 쿠르스크 주지사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밤사이 적이 세 번째 다리를 타격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세임강 이남의 러시아 국경지대는 우크라이나 본토와 세임강, 쿠르스크주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에 3면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이 지역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보급과 퇴로가 끊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직면한다면 세임강 너머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 컴백얼라이브재단 소속 군사 전문가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는 "교량 폭격이 적들로 하여금 세임강 이남에서의 전력 유지를 어렵게 하거나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활한 평원 지대에서 전투를 벌여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을 포위해 격멸하는 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러시아에선 적에 둘러싸이거나 강을 등진채 퇴로가 막히는 상황을 군사용어로 '가마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돼 온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의) 분쟁 초기인 2015년에는 병력 수천명이 (도네츠크주) 데발체베에서 포위되자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동의하는 등 이런 전술은 정치적으로도 반향을 일으켜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강을 넘어 후퇴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세임강이란 '천연방벽'(natural barrier)을 활용해 러시아 측의 역공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젤렌스키, 서방에 무기사용 허용 요구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19일(현지시간) 서방이 무기사용 제한을 풀어주면 러시아 본토에 병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며 장거리 미사일을 쏘게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우리 파트너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무기 사용에 관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면 특히 쿠르스크 지역에 물리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각국 정부 설득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과 공중 유도폭탄을 방어하고 러시아 군대 이동을 막으려면 충분한 사거리가 필요하다"며 "장거리 공격 능력에 대한 파트너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 용도로 쓰게 해달라고 연일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습 작전을 시작한 러시아 본토 투르스크에서 1천250㎢에 걸쳐 92개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배를 조금 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5일 1천150㎢, 82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단일 작전으로는 가장 많은 포로를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관들에게 오는 11월 개최를 추진 중인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 자국이 내세우는 평화공식이 충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