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폭염기에 1시간 평균 10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사용됐다. 전력 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폭염 때가 처음인데, 앞으로 '100GW 시대'가 일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요가 늘어날수록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수요에 맞춰 적절히 생산돼야 한다는 의미다. 전력을 과잉(過剩) 생산해도 곤란하다. 원전이 온전히 가동되고 태양광 발전 비중도 커지면서 현재 이슈는 전력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과잉 생산, 보다 정확히 말해 들쭉날쭉한 전력 생산량이 문제다. 특히 태양광은 전력 총수요에서 최대 17%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지만 날씨 탓에 일정 출력, 즉 꾸준한 생산량을 보장하기 어렵다. 초과 생산되면 원전 등에 출력 제어가 들어가거나 일부 태양광 시설의 전기 공급을 끊어 버린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전기가 초과 생산되더라도 수요지로 안정적으로 전달할 전력망 확충이 필수다.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전기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 분명한데 대비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600조원을 들여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여전히 전력망 때문에 논란이다. 필요 전력은 무려 16GW에 달한다. 수도권 전체 최대 전력 수요가 40GW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관건(關鍵)은 전력 생산량이 아니라 송배전망(送配電網) 건설이다. 오는 2050∼2051년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역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송배전망 사업이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이 제출됐지만 무산(霧散)됐다. 수요가 폭증해 전기를 달라고 아우성이고, 생산 용량도 충분한데 전력망이 부족해 한쪽에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다른 쪽에선 발전 중단이 벌어질 수 있다. 애초에 대규모 소비처, 즉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력 생산이 풍부한 지역 인근에 두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효율성의 극대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문제는 훨씬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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