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ve Got Rhythm' 'Do Dream On The Stage' 'Time Scape' 'TreeHut and Destruction' 'Time-warp' 'Altogether'….
갑자기 칼럼에서 웬 영어 실력 테스트냐 싶겠지만 위에 나열한 것은 최근 매일신문 문화면에 소개된 공연·전시의 제목들이다. 당신은 이 제목들을 읽고 그 의미, 그리고 공연·전시 행사에 담긴 취지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유브 갓 리듬' 정도라도 쓰였으면 친절하다 싶겠지만 위에 쓴 것처럼 영어로만 쓰여진 경우도 상당수다. 물론 '유브 갓 리듬' '두 드림 온 더 스테이지'라고 한글로 옮겨 적어 본들 의미가 와닿진 않는다.
한글로 썼지만 당최 우리말 같지 않은 '컴포저 하이라이트-몰토 라흐마니노프 Vol.2'라는 정체불명의 제목도 있다. '컴포저(composer)'가 작곡가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여기에다 이탈리아어이자 음악에서의 '매우'에 해당하는 '몰토(molto)'가 등장했다가 '편(Volume)'의 줄임말인 'Vol.2'까지 오면 뇌가 흔들린다. 심지어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의 이름이긴 하지만 러시안이다. 대체 몇 개의 언어가 난무하는 제목인가.
최근 장애의 벽을 넘어 보자는 전시 기획이 증가 추세지만,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언어의 장벽'은 더 높아졌다. 미술계에서는 우리말 대신 '배리어 프리 전시'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문화계에서의 영어 오남용이 우려 수준을 넘어 '중병(重病)'에 이르렀다. 외래어 단어를 사용하는 건 지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범람해 있고,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영어 제목도 흔하다.
영어 사용 자체도 문제지만 신문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지면에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아 더욱 난감하다. 기사는 최소 중2 수준의 상식을 가진 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우리말 및 외래어 표기법을 지켜 써야 한다.
'Do Dream On The Stage'의 경우 '두 드림 온 더 스테이지(Do Dream On The Stage·꿈을 무대에서 펼치세요)'라고 발음 그대로의 한글 표기와 영문 스펠, 그리고 번역까지 세 가지 방식으로 나열해 줘야 한다. 그나마도 직역을 해서는 의미 전달이 모호하고 의역을 해야 할 경우엔 더욱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세계화 시대에 영어의 과도한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한 프랑스마저도 일찍이 영어 오남용으로 골치를 앓았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무분별한 영어 오남용을 '그러려니' 넘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미 30년 전인 1994년 제정된 '투봉(Toubon)법'은 교육·노동·교역·행정에 있어 반드시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하고, 광고·상업·교육·미디어 등 여러 영역에서 프랑스어를 기본 언어로 하며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프랑스어를 병기토록 했다. 프랑스 언어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예술의 기본 기조는 '소통'에 있다. 작가의 깊은 사유(思惟)의 산물을 음악으로, 미술로, 글로, 극으로 표현해 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제목부터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면 그들의 작품 취지가 얼마나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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