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 실마리 풀리나···피해자 1명 대면조사 마쳐

입력 2024-07-29 17:00:15 수정 2024-07-30 05:38:18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초복인 지난 15일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살충제 음독 사건' 피해자 1명이 29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남은 피해자 2명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안동병원에서 A(75)씨가 퇴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로당의 회장인 A씨는 지난 15일 B(69)씨와 C(69)씨 등과 호흡곤란 등 증상을 보여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왔다. 이들의 위 세척액에서는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A씨와 함께 이송된 B씨는 건강을 회복해 지난 26일 퇴원했다. 반면, C씨는 여전히 의식이 없다. 사건 발생 다음날 비슷한 증상을 보여 이송된 D(78)씨도 지난 25일 퇴원했다.

사건 나흘 째인 지난 18일 이송된 E(85)씨도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E씨는 A씨 등 4명에게서 검출된 2가지 성분 외에 또다른 성분이 검출됐다. 검출된 성분은 살충제 성분 외에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다. 경찰은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E씨가 살충제 성분에 노출된 경로와 함께 다른 피해자들보다 증상이 늦게 발현된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찰은 이번 사건이 과거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과 같이 주민 간 갈등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건강을 회복한 피해자와 이웃 주민을 대상으로 진술 조사에 나서고 있다.

A씨 가족은 이날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갈등이나 다툼에 대해선 전혀 들은 게 없다"며 "회장으로서 경로당을 끌고 가면서 회원이 21명에서 2배 넘게 늘었다. (사건 이후) 주변에서도 수소문 해보니 '절대로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퇴원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전날 대면조사를 통해 "4명이 커피를 나눠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들은 이날도 오후에 경찰 대면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진술을 검증하고 있다.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용의자를 특정한 단계는 아니다. 조만간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