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인가? 악마도 저렇겐 안해…구역질 나 홈캠보며 계속 멈춰"

입력 2026-03-09 22:50:36 수정 2026-03-09 23:19:47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여수 4개월 영아 학대, 자문 의료진 심경 전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룬 전남 여수 '생후 4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문을 맡았던 의료진이 사건 검토 과정에서 겪은 충격과 심경을 밝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재현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산소형제TV'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자문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 등을 공개했다. 그는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이야기와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사건 관련 의료 기록과 홈캠 영상을 검토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무기록을 먼저 확인한 뒤 아이의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록들을 검토해 보니 아이를 살리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머리, 가슴, 배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3군데 골절 등 이런 상황 자체도 너무 끔찍했다"면서 "아이의 이 아이가 받은 치료의 과정들, 어떻게 하다 사망까지 가게 되었는지 이런 과정들을 쭉 검토해 보니 이 작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달려들어서 큰 노력을 쏟아부었을지 느껴졌다"고 했다.

특히 제작진이 확보한 홈캠 영상은 약 수천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사건과 관련성이 높은 약 100개가량의 영상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을 처음 재생했을 때부터 학대 장면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장면을 딱 처음 봤을 때는 AI 아니야? 거짓말 하지 마! 설마 사람이?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며 "내가 저 화면 속에 들어가서 저 아이를 구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영상 검토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충격이 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도 했다. 인터뷰 촬영 당시에도 홈캠 영상을 다시 보며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악마도 자기 자식은 저렇게 안 대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그 장면들이 떠올라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어 "홈캠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 도움을 청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구역질이 계속 나와서 이 자료를 검토하면서도 계속 멈추기를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동안 나름 험한 꼴 많이 봤다고 생각을 했다.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것들은 제가 치료해야 되는 환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이었지 누군가 이 작은 생명에 말도 안 되게 해를 가하는 장면을 본 적은 없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분들도 굉장히 험한 사건들을 다루고 취재를 하시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분들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방송에 공개된 장면보다 훨씬 잔혹한 장면들이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편집됐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충격을 고려해 가장 심각한 장면들은 방송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또 가해자인 친모의 직업이 물리치료사였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물리치료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해당하지만, 아이가 위독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숨이 막 넘어가는 상황에서 전혀 전문적이지도 않고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한다"며 "자기 자식이 숨이 넘어가고 있는데 신고는커녕 심폐소생술을 한 것도 아니고 주섬주섬 기저귀를 입힌다. 그런데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를 재판정에서 한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과거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다가 가해 의심자로부터 협박을 받은 경험도 공개했다. 당시 경찰이 신고자 신분을 노출해 신변 위협을 겪었고, 이후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신변 보호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아동학대 사례판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관련 연구와 예방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회성 분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인이 사건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 체계는 부족하다"며 초동 수사 미흡, 신고자 보호 부족, 낮은 처벌 수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분노가 단순한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30대 여성 라모 씨는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자택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폭행하고 물을 틀어둔 채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약 4800여 개의 홈캠 영상에 학대 정황이 담겨 있었으며 일부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큰 충격을 줬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가해 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 약 1500건이 제출됐다. 이 사건의 4차 공판은 오는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