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 체제가 문제 있냐, 일사불란한 지도부를 만드는 것이 뭐가 문제냐.(김민석)" "이재명 대통령 자체가 목적이다.(강선우)" "이재명 대표 기호 3번과 저의 기호 1번을 합치면 3·1절이다. 3·1절 정신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세워야 한다(김병주)" 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전당대회(全黨大會)가 이재명 대표를 향한 충성대회(忠誠大會)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페이스북에 "소통도 없고 판단도 필요 없이, 연설도 듣기 전에 표만 찍는 기계…,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잡아서도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당이 당원을 표 찍는 기계 취급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두관 후보는 민주당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기원전 200여 년, 흉노의 묵돌은 선우(單于:흉노제국의 황제)에 오르기 위해 부하들을 극단적으로 훈련시켰다. "내가 명적(鳴鏑:소리 나는 화살)을 쏘면 너희도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무조건 쏘아라"고 명령한 뒤, 자신이 아끼는 명마(名馬)를 쏘았다. 몇몇 부하들이 따라 쏘기를 주저하자 목을 벴다. 다음엔 자신의 배우자를 쏘았다. 이번에도 몇몇 부하들이 주저하자 또 목을 벴다. 그는 다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두만 선우를 향해 활을 쏘았다. 모든 부하들이 한꺼번에 활을 쏘았다. 묵돌은 그렇게 아버지를 죽이고 선우가 됐다.
묵돌이 선우에 오르는 과정은 순리(順理)와 상식(常識)에 어긋난다. 순리를 거스르기 위해 묵돌은 부하들에게 판단, 생각, 소통하지 말고 기계처럼 따를 것을 요구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묻지 마' 이재명 지지와 그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각종 특검, 검사 탄핵 등)은 묵돌이 한 짓에 견줄 만큼이나 해괴(駭怪)하다. 거기에 순종하지 않으면 묵돌이 그랬던 것처럼 처단해 버린다.(친명횡재, 비명횡사)
'당원을 표 찍는 기계 취급한다'고 비판한 김두관 후보는 아마도 차마 활을 쏘지 못한 저 묵돌의 부하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오호(嗚呼)! 김두관이 스스로 자신을 처벌(글 삭제, 거듭 사과, SNS 팀장 해임)해 버렸다. 활을 쏘지 못했던 묵돌의 부하가 겁에 질려 스스로 죽어 버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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