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사고, 차 4대 들이받고 한라산으로 도망쳐
'음주운전' 시인했어도 음주측정에 걸리지 않아 혐의 적용 불가
전국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도망치는 일명 '음주 뺑소니'가 마치 챌린지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량 4대를 들이받고 한라산으로 도주한 40대가 사고 당일 음주운전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40대 운전자 A씨가 "사고가 발생하기 5∼6시간 전인 점심때 소주 4∼5잔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 39분쯤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부근 516도로에서 지인의 소나타 차량을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A씨는 그럼에도 차를 멈추지 않았고, 차 앞 범퍼가 파손된 채 도주하다 또다시 중앙선을 넘어 간선버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총 4대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운전기사와 승객 등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특히 두 번째 사고 직후에는 어수선한 틈을 타 차량을 놔둔채 인근 한라산국립공원 내 숲으로 도주했다.
A씨는 사고 이튿날인 11일 오전 8시 20분 쯤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 뒤에서 운전했던 신고자는 사고 직후 A씨가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며 풀숲에 앉아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출근 중 한라생태숲에서 제주시 방면 도로를 걷고 있던 A씨를 발견해 신고한 것이다.
A씨는 검거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풀숲에 누워 있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진술을 번복해 음주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해당 음주 정황을 토대로 '위드마크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했지만 마이너스 값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알코올이 이미 모두 분해·소멸됐다는 뜻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채혈 감정 결과와 긴급체포 당시 이뤄진 음주 측정에서도 모두 혈중알코올농도가 0.00%로 나타나면서 A씨의 혐의 중 음주운전은 배제됐다.
경찰은 당사자가 음주를 시인하더라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 보고서에도 단순 '음주 정황'으로만 기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 조사결과 A씨는 2018년 차량 절도 범행으로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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