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범죄 혐의자와 그 수하(手下)들의 적반하장

입력 2024-07-15 20:00:25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지금 국회는 온통 탄핵 얘기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나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교체되는 등 중국의 대한(對韓) 외교 자세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외교통상위를 열어 미 대선과 중국의 외교 전략에 대해 점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의 '재판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은 단식과 불체포 특권 등으로 구속을 면하는 등 잘 방어해 왔지만 2건의 재판이 9월 결심공판을 거쳐 10월 선고가 날 예정이어서 이재명의 운명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한 재판에 병합된 4건은 성남시장 시절 저지른 비리 의혹으로, 증인 신문 등에 재판 일정이 길어지면서 이 전 대표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김인섭, 김용, 정진상 등 이 사건들과 관련해 기소된 최측근들이 1, 2심에서 속속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 전 대표를 직접 위협하지는 못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경우 10월에 1심 선고가 난다면 2심과 대법원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이 차기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확정된다면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난다. 특히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이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2020년 대법원 무죄 선고의 핵심 근거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2심에서 유죄를 받은 PD 사칭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유포 혐의가 위증(僞證)에 힘입어 대법원에서 무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조급해진 것은 그것 때문이다. 무죄가 확실하다면 이 전 대표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재판부에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재판을 병합하고 국회 일정을 핑계로 재판에 나가지 않는 등 지연 전략을 구사해 왔다.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카드'는 '이재명 재판 리스크'에 대한 새로운 대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탄핵을 입에 달고 살던 유시민과 김어준 등 야권의 빅 스피커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시민은 탄핵 선동으로 일관한, 요설(妖說)과 다를 바 없는 책을 내 선동질에 나섰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탄핵 청원을 빌미로 사문화된 청원 청문회를 열겠다며 바람잡이에 나섰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며 낄낄댔다.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린 달콤한 기억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헌재에서 가로막힌 사실은 잊어버린 모양이다.

헌정 중단을 노리는 대통령 탄핵 시도는 사악하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전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라는 포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 혐의자와 의원 배지를 단 그 수하(手下)들이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시도가 대통령 탄핵 추진이다. 비리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으면서 오히려 자신을 수사한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을러대는 범죄 혐의자가 이젠 대통령까지 탄핵하겠다고 군불을 땐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