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구FC의 생존 전략

입력 2024-07-10 16:31:12 수정 2024-08-29 15:07:16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대구FC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대구FC의 순위는 9일 현재 10위다. 강등권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즌 시작 때부터 강등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K리그2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2017 시즌 이후 줄곧 K리그1을 지켜왔지만, 이번 시즌엔 '모르겠다'가 솔직한 평가다.

과거 K리그2에서의 '배고픔'과 '서러움'을 경험했기에, 또 축구 명가였던 수원 삼성이 올 시즌 K리그2로 강등된 뒤 겪는 시련을 보고 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K리그1 잔류'다.

그렇다면 대구FC의 현 전력을 SWOT 관점에서 간략하게 짚어보자. 단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관점임을 고려해주시길.

Strengths(강점·強點) ▷팬덤의 응원 열기 ▷신인 선수들의 투지·체력 ▷멀티플레이어 황재원 ▷오승훈의 안정적인 방어력

Weaknesses(약점·弱點) ▷확실한 골게터 부재 ▷전반적인 골결정력 빈약 ▷공격진의 침투 실종 ▷얇은 선수층

Opportunities(기회·機會) ▷감독·코칭 스태프의 용병술 ▷바셀루스·정치인 복귀 ▷새 외인 선수들의 경기력

Threats(위협·威脅) ▷벨톨라 대체 플레이메이커 불확실 ▷세징야·에드가의 '에이징커브' ▷센터백의 경험 부족 등이다.

이 중에서도 올 시즌 대구FC의 빈약한 골결정력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맹활약해준 공격수들이 동시에 극심한 부진에 빠진 점은 팀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고재현은 9득점·1도움, 에드가 9득점·3도움, 세징야 8득점·5도움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현재 고재현은 공격포인트가 '0'이고, 에드가 또한 2득점이 전부다. 아직 시즌이 1/3이 남았더라도 지난 시즌과 너무 차이가 난다. 공격진 3인방의 핵심인 세징야가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며 활약(5득점·3도움)하는 점은 다행이다.

박창현 감독 부임 이후 신인 공격수들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다른 팀들의 분석이 끝난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 22경기동안 21득점을 기록, 대전 다음(9일 현재)으로 적은 득점력이 이를 대변한다. 전방 압박을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을 지향하는 것이 박 감독의 전략인데, 부실한 득점력에 그의 공격 축구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런 점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는 항상 변수가 있지만, 마냥 득점력이 돌아와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카드는 박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이다. 선수 교체나 팀 포메이션 변화, 복귀 및 입단한 선수들의 활용 등 상대팀에 따라 최대한 맞춤식 전술로 승점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시민구단인 광주FC는 여러모로 우리와 처지가 비슷하다. 그런 광주FC가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틱한 행보를 보여줬다. 2021년 이전까지 강등과 승격을 오가다 2022년 K리그2에서 우승 후 K리그1로 승격, 2023년 내노라하는 강팀들 사이에서 3위로 리그를 마쳤다. 그 중심에 이정효 감독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구FC가 이번 시즌 벼랑 끝 위기만 잘 넘긴다면 내년 시즌엔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정재상과 박용희, 박진영 등 붙받이로 뛰는 젊은피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한층 기량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후 FA가 되는 주전 선수들과의 재계약이 잘 마무리되고 세대 교체로 인한 신·구 조화가 이뤄진다면 이른바 '박창현표 축구'가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나 K리그1에 머무르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