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78주년 기념 '대구경북 행정통합' 전문가 좌담회
◆ 통합 이후 정치·경제와 주민 삶의 변화는?
-사회 = 지역 면적과 인구가 늘면서 통합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 상승과 경제 규모 확대, 주민 삶의 개선도 기대할 만하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최 위원 = 광역단체장 위상이 크게 변할 것이다. 서울특별시장에 준하는 무게가 생기고, 지방정부 정책이 국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지역구 국회의원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이 지역 현안에 뜻을 모아 국회에서 한 목소리를 내면 원내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이다. 선거구 또한 비슷한 생활권끼리 합리적으로 재획정할 수 있다.
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크며 중량감 있는 인물을 공천할 것이고, 정치적 지향이 있는 이들도 우리 지역을 기반 삼을 것이다. 대구경북민을 등에 업은 힘 있는 풀뿌리 정당도 출현할 수 있다.
합산 재정 51조원(대구 17조원, 경북 34조원)으로 더 큰 기업을 데려올 수 있다. 규모의 경제와 범주의 경제를 함께 갖춰 지역 내 가치사슬을 만들며 글로벌 경쟁력도 커진다.
주민 삶에서는 일원화한 광역행정과 넓은 공간 덕에 재빠른 인프라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대구 상수원 이전 문제가 구미로 안 돼서 안동까지 간 바 있다. 앞으로는 상하수도, 도로, 풍수해, 재난 등에 좀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기초단체와 지역 대학이 맞춤형 인재를 기르는 경북도의 'K-U시티'가 더 힘을 받고, 대구 청년이 경북 우수 기업에 다니면서 지역 정착과 경제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박 이사장 = 역량 있는 지방정부는 산업계와 협력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대구경북을 아우르는 광역 도시계획을 세워 교통망을 개편할 경우 현재 인구 1만2천에 불과한 영양군이 국토 중심부 최고의 교통 거점이 될 수도 있다.
여수·여천 등 앞선 타 지역 기초단체 통합 사례를 보니 시·군 공무원들이 섞이면서 군부 출신 공무원들 수준이 높아지더라. "시 행정을 겪으니 군 행정에서 부족했던 점이 보인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지역민 삶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 교수 = 통합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의 면면이 전직 부총리급 장관, 전직 총리 등으로 격상할 것이다. 지금처럼 보수 정당이 안심하고 공천을 주기 어려워지고, 여야 빅2 정당의 유력 주자가 경쟁하는 상황도 기대된다.
주민들의 고민과 역할도 커진다. 광역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을 막도록 주민투표·주민소환제 발동 조건을 낮추면서 실질적 주민자치를 완성할 수 있다.
이름난 기업을 유치해 경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다국적기업이 선호하는 내수시장 소비력 기준이 인구 500만 명인데, 이를 충족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항만·공항도 성공한다.
지역 전체가 도시화하면서 전역에 광역 상하수도관·전선을 설치하면 전송 효율은 2배 늘고 비용은 15% 감소할 것이다. 절감한 15%의 비용만큼 경제효과가 생긴다.
행정 칸막이가 사라지면 교통망과 의료 서비스도 개선된다. 더는 대구도시철도를 경북까지 연장하려고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 없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경북 경산의 대학생 확진자가 대구 대학병원에 못 갔던 일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최 연구위원 = 정치인들 발길이 늘어 선거 때 선택의 폭이 너무 커지면 역량이 부족한 단체장을 선출하는 등 엉뚱한 선택을 할 우려가 있다. 옳은 단체장을 뽑아 좋은 정책을 이끌도록 하는 건 지역민 몫이다.
주민들에게 '현재 행정으로 삶이 어떻게 변했나,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고 물으면 누구도 당장 답변 못할 것이다. 그저 통합 이후로도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기존 행정·사업이 더 좋다면 그걸 유지하면 되고, 통합 후 광역적으로 이점이 있다면 칸막이를 과감하게 없애면 된다.
다만, 앞서 대구시·경북도가 협력하겠다며 운영했던 임시 조직 상당수가 끝내는 서로의 눈치와 각자의 윗사람을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못 했다"고 하더라. 이런 사례가 더는 없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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