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민주당의 앙꼬 없는 당헌 개정

입력 2024-06-18 13:23:11 수정 2024-06-18 18:00:24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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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17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여 당헌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중앙위원 559명 중 501명, 89.62%가 참여하여 찬성 422명 84.24%, 반대 79명 15.77%로 '당헌 개정의 건'이 가결됐다. 당헌 개정 11개 조항 중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대표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이고, 나머지 하나는 원내대표 선출 시 당원 의견 반영이다.

첫 번째 사안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과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연임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비판이 있었으나, 당대표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제25조는 개정하지 않았다. 다만, 제88조 대통령 후보자 추천 조항 중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경우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유지하되, 대통령 탄핵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시 사퇴 시한을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미비 규정을 정비한 것이다.

두 번째 사안(원내대표 선출 규정)과 관련하여 기존에는 국회의원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투표로 선출했던 기존 규정을 '원내대표 선출 시 권리당원 유효 투표 결과를 20% 반영한다'로 개정했다. 이는 22대 국회 국회의장 후보 추천 결과에 대해 당원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2만5천여 명의 대규모 탈당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민주당은 22대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과 총선 결과에서 보여준 권리당원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에, 정당 운영에 당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 당헌 일부 개정을 추진했다. 이러한 기조는 권리당원 250만 명이라는 규모는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는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인식한 것이다.

정당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권리당원의 참여 확대는 중요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초기의 정당들은 주로 소수 엘리트 중심의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사회적, 정치적 변화와 함께 민주주의 원칙이 강화되면서 많은 정당들이 당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모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예비선거)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당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 예비선거)라는 제도가 도입되어 정당의 후보자 선출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권리당원과 일반당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

민주당의 경우 당원과 대의원, 일반 국민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당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었고, 투표 결과 반영 비율도 대의원 중심에서 권리당원 중심으로 제도 변화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당원 및 일반 유권자의 참여 확대, 투명성과 대표성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정당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과연 권리당원 250만 정당으로서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는 기조가 제대로 반영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고작 원내대표 선출 시 당원 표심을 20% 반영한다는 것 외에 당초의 당원 주권 시대라는 기조를 반영한 개정은 없었다.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 표심을 반영하는 건 작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된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시·도당 위원장 선출과 공직 후보자 추천에 대한 권리당원 참여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당헌은 시·도당 위원장 선출은 대의원 50%, 권리당원 50% 비율로 반영하는 것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반영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여 왔던 흐름이 여기에서 멈췄다. 권리당원이 가장 열패감을 느끼는 것은 지역위원장이 공천권을 남용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긁어주지 못했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서 지역위원장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진정한 당원 주권 시대는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서 권리당원 참여가 확대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