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까지
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에서 매체와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유현미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故) 박동준 선생의 유언의 뜻을 이어가고자 만들어진 박동준기념사업회가 매년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오마주 투 박동준' 전시다. 2020년 이명미 작가를 시작으로 임현락, 이진용, 서옥순 전시에 이어 다섯번째 주인공으로 유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유 작가는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교차하거나 그것이 시, 소설 등 문학으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각각의 매체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 혼합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삶과 동시대 사회상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창작한 뒤 다시 그를 소재로 파생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2022년에 출간한 소설 '적 Enemy'과 '그림없는 퍼즐'로부터, 텍스트가 회화 공간 안에서 어떠한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3층 전시장에 펼쳐진 자작 소설 '적 Enemy'에서 시작한다.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자기복제에 대한 두려움을 주제로 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작업 속에서 파생된 돌과 캔버스, 테이블 등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내며 초현실적인 상상의 공간을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실제 공간에 오브제 조각을 배치해 붓터치를 가미한 사진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다시 캔버스에 프린팅한 후 유화로 리터치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래서 이번 신작들은 그간의 사진 작품과 달리 오로지 한 점뿐인 유니크한 작품으로 제작된다.
정수진 갤러리분도 큐레이터는 "조각과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은 동시대 가장 중요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실제와 환영을 구별해내는 우리들의 불완전한 인식체계에 대한 유머러스한 통찰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에는 '퍼즐' 시리즈 신작이 전시된다.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퍼즐이 존재한다는 모순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1998년부터 약 26년간 작가와 함께 성장해 왔다.
조각과 설치로 시작된 작업은 다양한 얘기가 쌓이는 과정을 거쳐, 2022년 마침내 '그림 없는 퍼즐'이라는 소설로 완성됐다. 퍼즐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림이 없는 흰색 퍼즐 '블랭크'가 가진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 과정을 본인의 퍼즐 시리즈의 흐름과 유사하게 표현했다.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얘기를 바탕으로 다시 입체와 평면, 영상 등으로 작업이 확장됐는데, 그만큼 이 작품들은 작가의 삶의 흔적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솔직하게 담아낸 가장 근본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정 큐레이터는 "유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공상·무의식과, 우리가 영위하는 물질적 현실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객관적 지표와 디지털 데이터에 파묻혀 사는 지금의 현대인들이 여전히 꿈을 꾸고, 환영에 잠기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라며 "갤러리분도 공간에 펼쳐진 초현실적 풍경을 보며, 상상력을 촉발함과 동시에 인식을 전환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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