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크리스토포리가 최초로 발명한 피아노의 건반은 54개뿐이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한 현대의 피아노는 88개의 건반을 가짐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제외하고 가장 음역이 넓은 악기가 됐다. 피아노 음역에는 인간의 목소리와 거의 모든 악기의 음역이 포함되는데, 대개 피아노의 가장 낮은 음의 주파수는 27.5㎐(헤르츠·초당 진동 횟수)이며 가장 높은 음은 4천186헤르츠다. 인간의 귀에, 이 음역을 벗어난 더 낮은 소리는 쿵쿵거리는 잡음으로, 더 높은 소리는 거슬리게만 들린다고 한다.
피아노는 건반에 연결된 해머로 현을 두드려 소리를 내며,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금속성의 소리는 목재로 만들어진 향판에 의해 울림이 풍성한 소리로 바뀐다. 현의 길이는 짧을수록 더 높은 소리가 나고, 길수록 더 낮은 소리가 난다. 또 소리의 높고 낮음은 현의 굵기 및 장력과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저음부 현이다. 아무리 피아노 소리를 강하고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도 적당한 크기로 피아노를 만들어야 하기에 음향의 손실이 좀 있더라도 저음 현의 길이를 제한하고, 대신 현의 굵기와 장력으로 이를 보완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디자인과 음향이 타협한 셈이다.
이런 피아노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독일계 라트비아인으로 피아노 제작자인 데이비드 클라빈스는 아주 혁신적인 직립형 피아노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판매용 '450i 수직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는 일반 그랜드 피아노에 비해 길이가 긴 저음 현을 사용해 소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2019년에 공개된 이 피아노의 건반을 제외한 높이는 4.5m, 폭은 2.2m, 두께는 29㎝이며, 그리고 무게는 1천100㎏이다. 마치 건축용 비계처럼 보이는 강철 프레임에 수직으로 달린 이 피아노를 연주하려면 건반이 있는 3층 높이의 플랫폼에 올라가야 한다. 그는 이런 큰 피아노를 만드는 목적이 기네스 기록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주자와 청취자를 위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드는 데에 있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수평형의 그랜드 피아노로서 가장 큰 피아노는 2009년에 아드리안 만이라는 뉴질랜드의 피아노 관련 사업가가 만든 것으로, 알렉산더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이 피아노의 폭과 높이는 일반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와 비슷하나, 길이는 무려 5.7m에 달하는데, 이는 길이가 긴 단선의 저음 현을 사용하여 풍성한 저음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된 가장 큰 피아노는 악기 제작자가 아닌 다니엘 차피에브스키라는 폴란드인 목공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그가 만든 그랜드 피아노의 폭은 2.495m, 길이는 6.07m, 높이는 1.925m, 그리고 무게는 2t(톤) 정도이며, 건반의 수는 두 세트로 모두 156개다. 유명한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인 스타인웨이 'D-274'의 폭이 157㎝, 길이가 274㎝, 높이가 102㎝, 그리고 무게가 480㎏임에 비해 가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다니엘 차피에브스키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무 판재를 가공한 것으로도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라가 있는데, 아마도 이 피아노는 그가 세계 기록을 세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여, 악기로서의 그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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