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릉도 깜짝 ‘한치’ 풍어에 함박웃음

입력 2024-05-05 15:27:39

독도 근해 조업한 어선 1척…1만여마리 잡아

4일 경북 울릉군 저동어판장. 오랜만에 한치 풍어로 텅빈 어판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조준호 기자
4일 경북 울릉군 저동어판장. 오랜만에 한치 풍어로 텅빈 어판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조준호 기자

지난 4일 오징어의 본 고장 울릉도에서 오징어의 사촌격인 한치가 텅빈 어판장을 메웠다. 독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울릉군 선적 A호(9.77톤(t))가 한치 약 1만여마리를 잡으면서다.

잡은 어민도, 구경하는 주민과 관광객들도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5일 울릉군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A호가 전날 잡은 한치 활어는 14축(20마리), 대자는 260여축, 소자 210여축이라 밝혔다. 활한치는 30여 만원, 대한치는 10여 만원 선에 거래됐다.

울릉도 및 독도 근해에서 잡히는 한치는 한류성의 오징어목 꼴뚜기과 '화살 꼴뚜기'로, 여름철 제주도와 남해에서 잡히는 한치 '창 꼴뚜기'와 다른 어종이다. 한류성 아종인 이유로 울릉도에선 통상 오징어 철이 지난 겨울철과 이른 봄에 한치가 잡힌다.

철이 지났어야 할 한치가 이날 잡힌 이유를 두고 어민들은 최근 표층수온이 지난해보다 약 1도정도 높지만 한치가 서식하는 수심대에선 수온이 낮아 한치 어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했다.

A호는 이런 이유에서 수일 전부터 통발 등에 몇 마리씩 잡히자 한치잡이로 전환해 대박이 터졌다고 설명한다. 이에 다른 어민들이 A호를 부러워 하는 눈치다.

깜짝 풍어에 울릉도 전체가 들썩이는 모양새다. 춘곤기인 봄철에는 나물 빼고는 먹을게 별로 없고, 연휴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반찬이나 안주거리도 없던 참이라 식당이나 주민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

4일 저동어판장에서 동해해경 이관표 울릉해경소장이 작업복을 입고 어민들을 돕고있다. 조준호 기자
4일 저동어판장에서 동해해경 이관표 울릉해경소장이 작업복을 입고 어민들을 돕고있다. 조준호 기자

오랜만에 텅빈 저동어판장에 활기가 돌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나물철과 관광철을 맞으며 어판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고사리 손도 필요해서다.

한치는 오징어보다 열이 많아 신선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보니 제때 운반, 활복, 보관 등을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동해해경 울릉해경파출소 이관표(59) 소장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은 채 어민인 양 한치 나르기에 앞장섰다. 이를 지켜 본 어민과 주민 모두 덕담을 건네며 칭찬 일색이다.

이 소장은 "지난해 울릉도 어민들은 오징어 흉어로 조업을 못해 상당히 힘들어 했다"며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해경들 모두 마음이 아팠는데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