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 도파밍 전성 시대…자극과 익살을 찾아 나서다!

입력 2024-05-05 06:30:00 수정 2024-05-05 13:30:06

◆모바일 기기 보급으로 재미와 즐거움에 큰 비중
◆3초 이내 몰입 가능한 영상 콘텐츠로 승부
◆일상 생활에 흥미 잃고 집중력 떨어질 수 있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숏폼 사용 시간이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 사용 시간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파밍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 Tok) 로고. 연합뉴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숏폼 사용 시간이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 사용 시간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파밍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 Tok) 로고. 연합뉴스

젊은 세대는 자극적이거나 익살스러운 콘텐츠를 보고 '재미있다', '흥미롭다'라고 말하는 대신 '도파민 돈다', '도파민 터진다'라고 표현한다.

'도파민(Dopamine)'은 과거 운동과 음식 등 주로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쓰였다. 현재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숏폼(Short Form), 소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도파민은 뇌 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과 게임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뜻하는 '파밍(Farming)'의 합성어가 도파밍(Dofarming)이다. 재미와 즐거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사회 현상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도파민이란 단어 언급량이 2022년 1월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KB경영연구소도 최근 '재미와 경험을 쫓는 소비자들, 지금은 도파밍(Dofarming)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파밍이 트렌드로 부상한 현상을 분석했다.

◆트렌드로 떠오른 도파밍

도파밍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모바일 기기 보급이 가장 큰 요인이다. 모바일 기기 보급에 따라 글자로 생각을 전달하는 '문자 언어'에서 미디어로 생각을 전달하는 '영상 언어'로 발전했다. 놀이 방식도 더 빠르고 직관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영상 등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성장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적인 활동보다 서사 없이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 감상을 선호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둘째, 시간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게 전 세계적 트렌드다.

시장조사 기업인 트렌드모니터의 시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은 시간을 가장 큰 자원이며(82.4%), 시간을 곧 돈이라고 생각(77.7%)한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와이즈앱의 조사에서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이 46시간 29분이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 9시간 14분 대비 5배 많다.

셋째, 재미를 대하는 인식도 변했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놀이가 주는 보상으로 인식되던 재미가 삶의 목표이자 풍요롭게 하는 필수 요건으로 진화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스트레스에 대한 반동으로 영감과 낙천주의에 대한 욕구에 기대 즐거움을 추구하는 '조이코노미(Joy-conomy)'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과 취미의 조화를 강조하는 '덕업일치(德業一致)'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플랫폼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 요소로 인식해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플랫폼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 요소로 인식해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상업적으로도 다양하게 활용

도파밍 트렌드에 부합하려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강렬한 첫인상이다. 시간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사용자 요구를 반영해 3초 이내에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랜딩 페이지에 짧고 강렬한 영상이나 감각적인 헤드라인, 카피 등을 삽입한다.

예컨대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는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여러 개의 1분 이내 영상으로 제작해 사용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랜딩 페이지에 눈길을 끄는 후킹(Hooking) 문구 등을 삽입해 사용자가 끝까지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유도한다.

최근 게재된 삼프로TV의 미국 채권 관련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세 편의 숏폼 조회 수는 51만회로 본 방송 조회 수 2.8만회의 18배에 달했다.

둘째, 역쇼루밍 전략이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정보를 수집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를 구매하는 소비 행태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당시 백화점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로 불리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온라인에 기반을 둔 영패션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유치하고 짧은 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개설했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는 개점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드 대표와의 만남, 포토부스 촬영, 오프라인 추가 할인 쿠폰 제공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홍보해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했다.

그 결과 더현대서울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역쇼루밍 전략을 활용해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2030세대 비중이 58%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셋째, 밈과 챌린지는 이미 놀이 문화로 진화했다. 사용자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밈을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며, 챌린지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확산되도록 유도한다.

몇 년 전 외국인이 편의점 점원에게 '농협은행' 위치를 물었는데,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점원이 "넘흐 옙흐넹(너무 예쁘네요)"으로 착각했던 일화를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패러디 돼 다양한 밈으로 확산되었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농협은행'은 '너무 예쁘네요'를 의미하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밈을 가사로 붙인 노래에 춤을 추는 챌린지가 온라인에서 하나의 놀이로 확산되자 농협은행은 이를 활용하여 '넘흐옙은행' 영상 광고를 출시하였는데 1천만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넷째, 세계관 구축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세계관을 구축해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고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을 유도한다.

개그맨 김경욱은 인기 없는 유흥업소 호스트 직업을 가진 일본인 '다나카'를 연기하여 실제 캐릭터보다 '부캐'가 회자되며 큰 관심을 얻었다. 머리카락 끝을 뾰족하게 깎는 헤어스타일인 샤기컷, 타이트한 셔츠, 큰 로고 벨트 등 20년 전을 추억하는 요소들로 구성된 세계관을 구축하여 소비자와 교감했다.

대구 중구 '더현대 대구점' 9층 '더포럼 by 하이메 아욘'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대구 중구 '더현대 대구점' 9층 '더포럼 by 하이메 아욘'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과도한 도파밍의 부정적 영향도 무시 못해

도파밍 트렌드가 강한 자극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흥미를 잃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팝콘 브레인이란 워싱턴대학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만든 용어로, 옥수수에 열을 가하면 톡톡 터지듯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 구조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년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읽기' 분야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원년으로 꼽히는 2010년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스탠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너무 빠르고 잦은 멀티태스킹,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극적인 영상 감상 등으로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단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19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러한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팝콘 브레인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학에서 짧은 영상에 과다 노출된 대학생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집중력 결핍이나 기억력 감퇴 등 기능 저하와 연관된 수동적 뇌 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책을 읽을 때는 전달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두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영상을 볼 때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 후두엽으로만 자극을 받아들이는 현상이 관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