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하자, 매매업자가 책임진다"

입력 2026-08-0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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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기록부 믿었는데"…보상은 3자 떠넘기기
국토부, 매매업자 하자보증책임 강화 대책

대구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 모습. 매일신문 DB

"성능기록부에 분명 '양호'라고 적혀 있었는데…"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차를 산 A씨는 출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과 미션에서 이상을 느꼈다. 딜러에게 연락하니 "성능기록부를 그대로 전달했을 뿐 몰랐다"며 "성능보험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정작 보험사는 "엔진은 누유가 없으면 보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협력공업사는 수리가 밀려 3개월을 기다리라고 했다. 플랫폼 역시 "성능은 진단 대상이 아니다"며 책임을 피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매매업자가 직접 책임지고 하자를 수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성능점검자가 가입하던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합해 하자보증 책임 주체를 매매업자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고차는 매년 약 250만대가 거래되고 지난해 수출 물량이 88만대에 이르는 국내 주요 산업이지만, 그에 걸맞은 소비자 신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실제 중고차 관련 민원의 80%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해 발생했다.

2019년 성능보험이 도입된 이후에는 매매업자와 점검자 모두 하자수리 책임을 보험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점검 품질을 높일 유인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로 뛰었고, 보험료 중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44%(자동차보험은 16%)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자가 누락돼도 보험으로 처리되다 보니 매매업자가 손해를 볼 일이 없었고, 점검을 느슨하게 하려는 유인까지 생기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중고차 하자 책임, 점검자에서 매매업자로 전환

이에 정부는 민법상 판매자의 하자담보책임 원칙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사례를 반영해 매매업자가 의무보험에 가입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보장 기간과 보장 항목은 확대하고, 보험료 부담은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한다.

다만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일부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제조사 보증 대상 항목을 보험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보험료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매매업자별 하자 발생률과 보험 손해율도 매년 공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수 사업자를 지정해 소비자가 업체를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불 기준 확대…플랫폼 불공정 관행도 손질

환불 기준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바뀐다. 차량 인도 후 7일 이내 엔진 등 주요 장치에서 하자가 발생해 수리비가 300만원 이상이면서 차량 매매가격의 30% 이상이거나,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으면 소비자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요건 충족이 까다로웠지만 앞으로는 두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가격 표시 방식도 개선된다. 앞으로 중고차 인터넷 광고에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관리비와 보험료 등 소비자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 총액을 표시해야 한다. 계약 단계에서 별도 수수료가 추가돼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신뢰성도 강화한다. 정부는 현실에 맞게 점검 서식을 개편하고 세부 점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침수나 사고 이력 등 주요 항목에서 점검 오류가 발생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본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 간 담합을 막기 위한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도 도입한다.

최근 이용이 늘고 있는 '내차팔기' 플랫폼의 불공정 관행도 개선 대상이다. 앞으로 플랫폼은 진단 오류로 차주나 딜러에게 손실이 발생하면 실제 손해를 반영한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귀책 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없으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도 신설된다. 처분 권한은 기존 자치단체장뿐 아니라 국토부 장관에게도 부여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점검과 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업계 의견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가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비용 표시제는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시행할 수 있지만 나머지 과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위법령 정비까지 감안하면 실제 시행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