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과학 먼저…탈북자 당선인 박충권의 발칙한 선택

입력 2024-05-03 02:51:30 수정 2024-05-03 06:16:06

박충권 국민의미래 당선인.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박충권 국민의미래 당선인.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대한민국 국회는 이제껏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을 4명 배출했다. 19대 국회에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과 21대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 그리고 이번 22대 박충권 국민의미래 당선인이 그 넷이다.

조 의원과 태 의원, 지 의원은 한국 품에 안긴 뒤 안보 분야에서 나랏일을 하거나, 인권운동을 하다 국회로 입성했다.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상임위로 택한 건 당연하게도 외교와 통일, 정보 등 안보 분야였다. '탈북→인권·안보 분야 이력→국회의원' 루트는 명성이 있는 탈북자에게 한국 사회가 주는 감투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충권(38)씨는 그들과 다르다. 그는 탈북 뒤 한국에서 공부해 서울대에서 학위를 따고, 현대제철에서 7년 간 '제철보국'을 하다 국회에 입성했다. 다른 탈북자 출신 정치인과 다르게 취업 시장에서 눈물을 삼켰고,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선택형 재택근무제'에 환호하다 국회로 왔다.

그는 상임위로 안보 분야가 아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패권 시대엔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1호 법안으로 이공계 지원 특별법 정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세대 탈북자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2일 매일신문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한 박 당선인은 이동재가 다른 탈북자 출신 정치인과 달리 과방위를 택한 이유를 묻자 "청년 과학기술인으로서 내 장점을 살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과방위가 가장 중요한 곳이다. 국회로 가면 가장 먼저 이공계 지원 특별법을 손 볼 생각"이라며 "우선 대학원생 연구생활 장학금을 확대하고 병역특례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자의 직무 발명 보상을 강화하고 우수 연구자의 정년을 폐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내 목표는 '의대가 답이다'라는 인식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 출신 정치인이 늘 하던 북한 인권 이야기 보다 어떻게 하면 이공계를 지원해 국가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취업시장에서 울고 웃던 평범한 직장인 출신 국회의원

박 당선인은 스물셋이던 2009년 두만강을 건너 한국으로 배 타고 넘어온 사람이다. 한국으로 와 서울대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탈북자에게 배려하는 전형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취업 준비를 한 그였다.

박 당선인은 "우리 연구실은 연구 실적이 좋으면 교수로 지원하거나 유학을 간다. 구성원의 70%~80%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인텔, 애플 등에 취업한다"며 "선배들이 다 그렇게 가니까 '나도 삼성전자는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도 LG전자도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현대제철이 학교로 리크루팅 나온 적이 있었다. 현대제철 한 임원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회사 구경 한 번 와 보고 마음에 들면 나랑 같이 한번 일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멋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한다고 하면 되게 보람차겠다 싶어서 바로 현대제철 입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제철이 잘 맞았다"며 "남자는 철강이다. 철강맨으로 7년 살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이던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인재로 영입됐다. '학위 부자'인 박 당선인은 그때부터 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정치인' 공부다.

그는 "난 늘 '어떤 일도 잘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지금껏 정치인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입문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덧붙였다.

"정치인에겐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합니다. 제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뭘까 고민해 봤습니다. 저에게 정치란 '부국강병'이더군요.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고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제 모든 에너지를 쏟겠습니다."